홍원호 SV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는 25일 화상회의 방식으로 열린 중국자본시장연구회 128차 세미나에서 중국의 벤처투자 시장에서 한국이 배울 점이 많다고 역설했다.
홍 대표는 “2003년 중국의 벤처캐피탈(VC) 시장 규모는 1조원도 안되는 불모지였다”며 “코스닥과 벤처 붐으로 성장한 한국 벤처캐피탈 시장보다도 더 작은 규모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벤처업계에는 자금과 인력이 몰리면서 이제 미국보다도 더 많은 유니콘 기업이 생기게 됐다”고 했다.
한국과 중국의 유니콘 수가 이처럼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 홍 대표는 잘 갖춰진 중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꼽았다.
그는 "일단 중국은 스타트업 참여율이 높고, 벤처자금도 대규모”라며 “여기에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가 지원하는 대형 VC 생태계가 조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타트업 친화적인 정부의 정책도 중국의 많은 유니콘을 탄생하게 했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이제 중국 벤처업계 트렌드가 한국보다 2~3년 이상은 빠른 것 같다며 한·중 VC 투자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했다.
일단 VC가 갖고 있는 비전과 미션의 차이가 크다는 설명이다. 홍 대표에 따르면 중국 VC는 어떤 산업의 틀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업체를 발굴하고 투자한다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반면 한국 VC는 아직 기존의 틀을 깰 수 있는 업체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중 VC는 투자할 회사를 선택하는 가치 평가 기준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중국은 △유니콘으로의 성장 잠재력을 지녔는가 △새로운 시장에서의 선두주자인가 △시장의 선두 위치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회사의 수익성에 중점을 두고 투자를 결정한다.
투자 과정과 방식에 있어서도 차이가 크다. 중국에서는 시리즈별로 누가 리딩(Leading) 투자를 하는가에 대한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업체 펀딩 시리즈별로 계속해서 투자를 이어가기도 한다. 반면 한국은 돈을 묻어두고 잘되길 기다리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스타트업 경영 방식에도 다른 점이 있다 중국은 이사회 중심의 경영으로 VC가 이사회에 적극 참여하는 반면, 한국 스타트업의 이사회는 형식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홍 대표는 “한·중 VC의 차이를 이해하고 중국 VC 장점을 참고한다면 더 성공적인 VC 투자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중국 시장에 대한 일방적인 낙관 및 부정적 입장은 탈피할 시점”이라며 “장기적이고 지속적이며 전사적인 역량으로 준비하지 않은 시황적 투자는 리스크가 크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