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사회 전반에 왕훙의 영향력이 거세지고 있다. 이들이 직접 라이브스트리밍(실시간 인터넷 방송) 서비스로 팬들과 소통하고 제품을 판매하면서다.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일상생활, 여행, 패션, 뷰티 등을 소재로 콘텐츠를 제작해 자신을 알리기만 했던 수준에서 벗어나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며 소비·유통, 증시 등 중국 경제 산업 분야에서 영향력을 뻗치고 있는 모습이다.
왕훙은 왕뤄훙런(綱絡紅人)을 줄인 말로, 온라인에서 유명한 사람을 뜻한다. 우리나라 인터넷 스타를 의미하는 유튜버나 인플루언서의 중국버전인 셈이다. 왕훙은 2010년 초반 등장해 SNS를 통해 인기를 끌며 젊은 세대 사이에서 연예인처럼 여겨졌다. 이들이 입는 옷이나 뷰티 제품이 인기를 끄는가 하면, 유행어가 양산되기도 했다.
이러한 소매 방식은 2년 만에 중국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았고, ‘왕훙 경제’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왕훙 경제는 날이 갈수록 위력을 더해가고 있는데, 이를 주도하는 가장 대표적인 인물로는 리자치가 꼽힌다. 리자치는 화장품 판매로 유명세를 타 ‘립스틱 오빠’라는 별명이 붙은 왕훙이다. 중국 아이루이왕에 따르면 리자치가 지난해 벌어들인 수익은 2억 위안(약 337억원)으로, A주에 상장된 상장사 2123곳의 2018년 순이익을 넘어선 것이다. A주에 상장된 기업 60%가 중국 슈퍼 왕훙의 수익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의미다.
실제 리자치가 지난해 보여준 파워는 어마어마하다. 지난해 중국 최대 쇼핑의 날인 11월 11일 광군제 때는 그가 라이브스트리밍을 시작한지 4시간 만에 누적 조회수 3000만뷰를 돌파하면서 제품 39가지가 거의 완판됐다. 이날 그가 홀로 달성한 매출액만 3억 위안에 달할 정도다. 그의 팔로워들은 “가짜 상품이 많은 온라인 플랫폼보다, 리자치가 판매하는 제품이 더 믿음직스럽다”며 “실시간 방송에서 제품에 대한 궁금증을 묻고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점도 좋다”고 설명한다.
아이루이왕에 따르면 이런 왕훙들이 창출하는 경제규모는 이미 2조 위안(2018년 기준)을 돌파했다. 전망도 밝다. 중국 모바일 플랫폼의 발달과, 왕훙과 그들의 팔로워 증가 등으로 시장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아이루이왕은 내다봤다.
왕훙경제는 유통·소비 분야 외에 MCN(Multi Channel Network) 산업을 발전시키는 엔진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MCN회사는 개인방송채널을 관리해 주는 일종의 인터넷스타의 연예기획사 역할의 기업이다.
중국에는 약 6500개 MCN 기업이 있는데, 이들은 왕훙들의 활동을 지원하거나, 왕훙과 브랜드들을 연결해 준다. 왕훙이 흥할수록 MCN산업도 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MCN기업을 성장시킨 대표적인 왕훙으로는 리쯔치(李子柒)가 꼽힌다. 리쯔치는 중국판 ‘리틀포레스트’로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는 왕훙이다. 인적이 드문 산골에서 농작물을 기르고,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일상을 영상으로 제작해 공유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시골 생활과는 안 어울릴 법한 예쁘장한 외모로 힘든 노동도 척척 해내는 모습, 평화로운 산골 배경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평가를 받으며 4000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게 됐다.
주목되는 점은 리쯔치가 가장 인기를 얻은 영상 채널은 무려 819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라는 것이다. 유튜브는 중국에서는 접속이 금지된 플랫폼이다. 그가 소속된 MCN회사인 웨이녠커지(微念科技)가 채널의 다양화를 위해 대만에서 영상을 업로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매체 36커에 따르면 웨이녠커지는 리쯔치가 일약 스타덤에 오르며 중국 MCN 산업 기대주로 떠올랐고, 중국 MCN의 해외 시장 진출 돌파구까지 마련해줬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장다이(張大奕) 등 유명 전자상거래 왕훙을 배출한 중국 MCN 기업 루한(如涵)은 지난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
중국 벤처 투자회사 메리디안캐피탈(華映資本·화잉자본)은 “왕훙의 폭발적인 영향력 확대로 중국 MCN 산업의 미래가 밝아졌다”며 “올해는 관련 기업들의 상장 소식이 많이 들린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