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유럽 완성차 업계가 멈춰서면서 배터리 업계에서도 ‘동반 셧다운(생산 중단)’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동유럽 국가들은 국경까지 완전히 닫으면서 한국 배터리 업계는 진행 중인 공장 증설 등 사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의 유럽 배터리 생산공장은 현재 정상 가동 중이다. 이들 업체는 주요 고객사인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생산계획을 줄이지 않았기 때문에 배터리 공장을 멈출 계획이 없다고 했다.
폴란드에 진출한 부품사 관계자는 “국가적으로 비상상황을 선포하고, 재택근무를 강하게 권고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도 언제든지 가동 중단될 수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 국가가 국경을 통제하고 있어 최근부터 원재료를 수급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부품사 한 군데만 영향을 받아도 밸류체인이 연결돼 있어서 업계가 다 멈출 수 있다”고 긴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배터리 업계는 인력 수급과 신규 투자도 막힌 상태다. 이에 현지에서 진행중인 생산공장 증설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
삼성SDI는 헝가리에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서 1공장 생산능력(월 400만셀)의 3배에 달하는 2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최근 가동을 시작한 헝가리 코마롬 공장 옆에 9452억원을 투입해 2공장 착공에 돌입했다. LG화학은 폴란드에 2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4월 중순까지 한 달이 고비”라며 “긴급하게 물자를 보내는 일 등에 대해서는 현지 업체와 온라인을 통해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헝가리 주재 대사관에서도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힘쓰고 있다. 최규식 주헝가리대한민국대사는 최근 헝가리 투자청장을 만나서 정상적인 생산라인 가동을 위한 필수 인력의 입국 문제와 원활한 화물 운송 등 한국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해달라고 촉구했다.
유럽 지역에서는 근로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위생용품을 구하는 것도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주슬로바키아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위생용품 품귀현상으로 인해 위생 강화에도 어려움을 예상하고 있다”며 “사태가 장기화하는 경우에는 생산 활동에 차질이 있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슬로바키아에 진출한 기아자동차와 삼성전자는 각각 이날부터 2주일과 1주일간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고객사의 물량 조절이 없기 때문에 가동을 이어간다”며 “사태가 장기화하면 현지 원재료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 가동 중단에 돌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