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일까요. 30대 이상 성인남녀가 두 명 이상 모인 곳에서는 어김없이 "누가 어디에 뭘 샀는데 몇억원을 벌었대"와 같은 주제가 으레 오갑니다. 삽시간에 궁금증의 초점은 그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에 맞춰지죠.
이에 본지는 소위 '아파트부자'로 불리는 이들의 이야기와 재테크 노하우를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성공담과 실패 경험뿐 아니라 기회와 위기를 마주했을 때의 심정과 전략, 그 결과까지 전하겠습니다. 매주 월요일 30부작으로 연재합니다. 이 기록으로써 우리 모두 나름의 교훈을 얻어가길 바랍니다.
아파트부자들 열 번째 주인공은 투자한 지 2년 만에 은퇴를 준비하는 90년생 직장인이다. 아직 실현한 차익은 적지만, 매달 불어나고 있는 자산은 막대하다.
현재 3건의 거래로 실현한 차익은 7000만원이며, 이를 토대 삼아 현재 5채의 아파트를 보유 중이다. 자산가치(전세보증금 포함 부채+자본)는 20억원이다.
계약금과 웃돈(프리미엄)을 포함한 실투자금은 3억원 정도 들었다. 이 중 대출로 인한 이자 상환액으로 매달 약 50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웬만한 월세보다 적은 금액으로 레버리지를 극대화해 자산가치를 불리고 있는 셈이다. 목표는 40대가 되기 전에 ‘갓물주’의 꿈을 이루고 경제적 자유를 얻는 것이다.
"입사한 이후에 월급 가지고는 먹고살기 힘들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주식이랑 펀드를 해봤는데 결국 거의 원금 수준이더라고요."
"그러다 주변에 투자로 돈을 번 선배한테 비결이 뭐냐고 묻다가 부동산 스터디를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무슨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하는 모임인 줄 알았을 정도로 뭘 몰랐죠."
"좋게 말해서 실행력이 있었던 거고, 일단 해보자. 그런 생각으로 공부한 지 3개월 만에 뛰어들었어요. 어차피 손해는 보지 않을 거라고 믿었으니까요."
그는 첫 투자로 청약과 분양권 매매를 선택했다. 적은 초기자본금으로 빠르게 차익을 얻어 향후 본격적으로 시작할 투자의 밑천으로 삼기 위해서다.
"물론 무주택자 지위와 청약을 포기해야 했지만, 어차피 서울 웬만한 곳에서 청약 당첨되려면 최소 45살까지는 가망이 없잖아요. 깔끔하게 버렸죠."
이는 최근 서울의 청약 가점이 50~60점대에 육박하기 때문에 나온 발언이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에 공급한 서울 아파트의 당첨 가점은 평균 53.9점에 달한다.
이는 무주택기간 15년(32점)에 청약통장 가입기간 15년(17점)으로 최고점을 채우고 부양가족 수 2명으로 10점을 더 받아야 안전한 점수다.
그는 지난 2018년 3월 인천시 '부평역 화성 파크드림' 전용면적 75㎡(3억8000만원)에 청약을 넣어 미계약분을 받았다.
계약금 3800만원은 입사 이후에 모은 돈으로 충당했다. 이 분양권은 1년여 보유하다 지난해 7월 웃돈 3000만원을 받고 팔았다.
"첫 분양은 잘 아는 지역으로 골랐어요. 학교를 인천에서 다녔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어요. 본 가치보다 저평가됐고, 주변 신축 매매가까지 겝을 메우겠다는 판단이 들었죠."
같은 해 4월에는 수원시 인계동 한양 수자인 전용면적 74㎡ 분양권을 웃돈 1200만원 포함 3억4000만원에 매수해 현재 2억6000만원에 전세를 놓았다. 이 단지의 실거래가는 지난달 4억5000만원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남들보다 앞서는 게 중요하죠. 서울 집값이 오르고 규제가 강화되면 수도권으로 사람들이 몰려들 거고, 수원이나 인천으로 사람들이 올 수밖에 없다고 멀리 내다보는 거죠."
그가 수원을 매수한 시점은 팔달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2018년 12월보다 8개월 빨랐고, 수용성(수원·용인·성남)이라는 신조어가 언론 보도로 나온 올해 1월보다 2년 앞섰다.
"다음 풍선효과가 어디에서 나올지 고민을 많이 해요. 지금 수원에다 안양, 의왕까지 왔으니까 지방 중에서도 가격 상승 여력이 있는 곳을 찾았어요."
주요 기준은 지역 대장주다. 입지가 별반 다르지 않은데도 신축이나 분양권 가격이 대장주보다 저렴하면 겝메우기로 인한 차익이 반드시 발생한다는 판단에서다.
재개발 호재와 지역 내 구축·신축 비율 등도 관심사다. 고분양가에 맞춰 집값이 올라가고, 구축 거주자들은 5~10년 뒤에 신축으로 갈아타는 수요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미분양도 기회라고 봐요. 아파트 분양권은 어차피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나지 않기 때문에 오르면 차익을 먹는 거니까 밑져야 본전이에요."
그는 이런 투자 전략으로 인계동 한양 수자인을 매수한 이후 현재까지 1년여 만에 6채의 분양권 또는 기축, 재개발 입주권을 사들였다.
지역별 단지는 △대구 동구 △인천 남동구 △인천 미추홀구 △청주 상당구 △오산 내삼미동 △창원시 마산 회원구 등이다.
이 중에서 오산 세교신도시 호반베르디움은 매수 이후에 집값 상승세가 가팔라지자 집주인이 3600만원의 위약금을 물어주는 조건으로 계약을 파기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오산도 수원과 마찬가지로 수용성 다음 풍선효과 예정지로 지난달부터 거론된 ’오동평(오산·동탄·평택)‘ 중 한 곳이다.
"일반 사람들은 의아하겠지만, 청주에는 이미 투자자들이 많이 들어왔어요. 대전과 세종을 따라갈 저평가 지역이라는 거죠. 벌써 미분양이 완판되면서 웃돈이 붙고 있거든요."
그는 충분한 자금이 생기면 대장주를 매수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아무래도 대장주 주변 단지보다 더 많은 차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름폭이 남다르잖아요. 기회가 온다면 가지고 있는 매물 모두 처분하고 한강뷰 대장주로 갈 거예요."
"가장 중요한 비결은 실행력인 것 같아요. 주변에서 얻는 정보를 참고하되 자신만의 기준에 비춰봤을 때 괜찮다 싶으면 바로 계약금 쏘는 거죠."
"투자하기 전에는 여행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이제는 못 가요. 예전에는 현재를 위해 살았다면 지금은 미래를 위해 살아요. 언젠가는 건물주도 될 수 있겠죠. 그땐 퇴사하려고요. 아, 경제적 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