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武漢)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국제보건기구(WHO)는 결국 세계적 대유행, 즉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다. 급기야 독감 정도로 치부하던 미국도, 스페인·헝가리·체코 등과 확진자가 없는 브라질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현재 가장 심각한 이탈리아는 국토 봉쇄와 모든 경제활동의 2주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두었다. 발원지 중국은 대유행의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이고, 한국도 통제국면이지만 전 세계가 본격적인 지역감염 단계에 진입한 형국이다. 세계적으로 불안·공포의 엄습과 더불어 코로나19의 장기화는 불가피해졌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만연은 국제경제에도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국제경기예측기관들은 이 바이러스의 빠른 확산과 예측 불가능성이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어 글로벌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예상보다 오래갈 것으로 전망하면서 ‘R(recession)의 공포’, 즉 경기침체를 우려하고 나섰다. 미국 증시의 경기전망 변동성지수(VIX)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이는 등 경기침체 우려가 실물경제를 타격하고 금융시장 공포로 전이되는 '복합 위기' 조짐도 출현하고 있다. 중국의 올해 성장률도 4%대로 추락하고, 미국과 일본·유로존은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등 심리적으로는 그야말로 공황(panic) 수준이다.
우선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하다. 세계의 제조업기지인 중국의 생산 활동이 침체되면서 촘촘하게 얽힌 글로벌 부품·제품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지속 등으로 글로벌 가치사슬이 약화하는 가운데 코로나 사태가 터져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을 가속화시키면서 제조업 사슬 전반을 강타하고 있다. 이는 고용냉각과 소비침체를 초래하는 등 세계경제 전반을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 유엔 무역발전회의(UNCTAD) 보고서는 돌발적 공공위생사건으로 시작된 이번 사태의 장기화는 세계 경제성장률을 0%대로 감소시키고, 특히 개발도상국과 유럽존엔 사상 최악의 피해를 입힐 것임을 경고하고 나섰다. 각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국제금융 시스템이 다시 위기를 맞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하기 어렵다.
우리 경제도 악재를 맞았다. 대외 의존성이 강한 한국 경제의 속성상 세계적 경기 침체는 최대의 악재다. 이미 수출은 15개월째 감소세이고 자동차·정유 등 주력 산업이 부진에 빠지고 경제심리가 위축되면서 내수까지 침체해 서민경제는 최악의 상태다. 여기에 국제유가 폭락과 금융시장 변동성까지 더해지면서 유일한 버팀목인 반도체 경기마저 불안하다. 올 초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는 코로나19로 인해 심리적 불안감 증폭으로 잠식되면서 경기가 다시 침체하는 더블 딥(double dip) 상황이다. 만일 팬데믹이 조기 진정된다면 억압수요(Pent-up demands)를 통한 경기반등에 대한 희망도 가질 수 있지만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게 문제다.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한국은 해외 트렌드 변화와 글로벌 가치사슬 변화를 직시하면서 수출구조·지역 다변화 및 수출품의 고급화를 통한 고부가가치화 실현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단순 전염병 대유행이 아니다. 의료·보건 차원에서는 바이러스 차단이 핵심이지만, 그 실질적 영향은 국제경제는 물론 국가경쟁력과 국가안보까지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변종 바이러스 발생의 연례화도 우려되고,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로운 환경에서 개별국가만의 방역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데다가, 각국의 자국보호주의까지 팽배해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 상황에서 사스(SARS)나 조류인플루엔자, 메르스(MERS) 등 주기적 국제전염병을 겪는 동북아지역에 공동방역협의체가 없다는 것은 확산 방치와 다름없다. 친중(親中) 논쟁 등 우여곡절도 있지만 적극 검사와 투명한 정보공개로 긍정적 평가를 받는 한국이 중국·일본과 의료보건 사각지대인 북한·몽골 등을 참여시켜 공동방역협의체 구축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역사적으로 꼬여 있는 동북아에서 국제정치·경제적 파장을 일차적으로 완화시키면서 각국의 정치·외교적 이해를 초월하는 새로운 협력의 장 구축도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