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武漢)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그 파장이 일파만파다. 당국의 오판으로 초기 진압에 실패하면서 후베이(胡北)성은 물론 전 중국에 바이러스 만연을 초래했고 세계적으로 감염자가 계속 출현하면서 사태가 악화일로다. 이미 내부적으로 공산당 통치 능력의 위기와 경제 침체 및 사회 안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바이러스 전파국’이라는 오명으로 ‘세계적 국가 중국’의 이미지에 많은 상처를 입었다.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당연히 중국과 중국인들이지만, 어디서나 생길 수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이라는 점에서 모든 책임을 중국에만 돌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사태의 전철을 반복했다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를 찾기도 어렵다. 2002년 11월 16일 발병한 사스를 중국 정부가 다음해 4월 20일 전염병으로 확인했던 것처럼,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역시 작년 12월 7일 우한병원의 의료진이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했음을 경고했지만 1월 20일이 돼서야 전염병으로 인정했다. 당국이 같은 달 24일 우한을 긴급 봉쇄했으나 이미 무려 500만명의 시민이 우한을 탈출한 뒤였고, 춘제 연휴와 겹치면서 1차 방역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사스의 교훈이 무색하게 결국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안 고친 결과가 돼 버렸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는 사회 안정에 방점을 두고 있는 중국 내부 시스템이 중국 공산당 정부의 국가통치능력의 비효율성을 자극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12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출현을 알렸지만 당국에 의해 유언비어 유포자가 됐던 34세의 젊은 의사 리원량(李文亮)이 결국 이 병에 감염돼 2월 6일 목숨을 잃는 일이 발생했다. 또 봉쇄된 우한의 상황을 SNS로 대중에게 알리던 변호사 출신 시민기자 천추스(陳秋實)가 당국에 의해 격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인들의 슬픔과 애도는 뭔가 잘못됐다는 분노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불필요한 사회 불안 조성을 막는다는 이유로 오히려 인터넷 통제를 강화해 진실에 대한 투명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시진핑 체제의 국가 통치능력에도 흠집이 생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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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엔 대학교수들까지 언론 자유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우한의 화둥사범대학 교수 10명은 ‘중국 공민들은 언론·집회·결사·시위의 자유가 있으며, 시민들의 언론 자유의 행사가 국가나 사회 집단이 다른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중국 헌법 2장 35조와 51조를 인용했다. 이는 시진핑 체제가 주창하는 헌법에 의한 의법치국(依法治國)과 민의(民意)를 제대로 반영하라는 요구이며, 정보 통제를 통해 사태를 덮으려는, ‘문제를 삼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된다’는 공산당 식 전통 사유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중국 당국도 시진핑이 최전선에 나서 연일 전염병 퇴치를 독려하고 있다. 우한시장과 후베이성 서기는 지방정부가 전염병 조기 대응을 결정하는 정책결정권이 없기는 하지만 신속한 초기 대응에 실패했음을 인정하는 사실상의 양심선언까지 했다. 중앙정부는 사정기구인 국가감찰위원회를 동원해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밝혀내겠다면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또다시 몇 명의 속죄양으로 이번 사태를 넘어가려 한다면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과 합법성이 내상을 입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서방 언론은 신종 코로나 사태 여파가 시진핑 체제에 직접 도전하는 소위 광장 민주주의로 확대될 가능성을 지적하지만, 여전히 중국은 강력한 통치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시기상조다. 하지만 난국이 장기화되면 시진핑 개인 리더십도 도마에 오를 개연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중국 의학계에 따르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특성상 25°C 이상의 고온 계절이 오면 소멸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번 사태가 전염병 문제의 종식으로만 끝나지 않을 것임에 유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제 춘제 연휴가 끝나면서 1억6000만명이 이동하면서 또 한번의 고조기가 온다고 한다. 비온 뒤에 땅이 더 굳는다는 말처럼 이번 사태가 중국 당국이 보다 투명하고 개방적이며, 민의를 수용하는 체제를 정비하는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