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자의 속사정] 금호석화(하) 禁女 벽 깬 박주형, 오빠에겐 눈엣가시..아빠는 “믿을맨”

2020-03-13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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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오너家 69년 역사상 여성 첫 주식보유, 경영참여 신기록 세워

부친 박찬구 회장 지지로 2015년 직원 리베이트 혐의 해결사로 발탁

친오빠 박준경 상무, 사촌 박철완 상무와 경쟁구도...다크호스로 부상

“딸도 능력만 있으면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

금호그룹 역사에서 오너 일가를 뒤흔든 박찬구 현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의 한 마디다. 금호가는 1946년 고(故)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의 창업 이래 전통적으로 여성의 경영 참여를 금기시 해왔다.

이로 인해 딸에게는 지분 소유 및 상속도 금했으며, 아들만 경영에 참여하도록 했다. 이는 금호그룹 2세 박성용 명예회장 주도로 2002년부터 2008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맺은 '형제공동경영 합의서'에도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의 장녀 박주형 상무 [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하지만 2012년 박찬구 회장이 딸 박주형 상무에게 현금을 증여해 금호석유화학(금호석화)의 지분을 취득하도록 하면서 사실상 ‘금녀 장벽’은 무너지게 된다.

박 상무는 이후 아버지의 전폭적 지지를 등에 업고 2015년 7월 임원인사에서 구매 및 자금 담당 상무로 금호석화에 본격 입성한다.

이로써 박 상무는 69년 금호家 역사상 처음으로 계열 회사 지분을 취득하고 경영에 참여한 여성이란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앞서 박 상무의 둘째 고모인 박강자씨가 금호미술관을 운영 중이나 회사 경영과는 거리가 멀다. 셋째 고모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은 금호그룹 계열이 아닌 대상그룹을 경영하고 있다.

박주형 상무의 경영 데뷔로 덕을 본 사람은 사실 두살 터울의 사촌 언니 박세진 금호리조트 상무다. 박삼구 전 회장의 딸인 박세진 상무는 김앤장법률사무소 최성욱 변호사와 결혼한 뒤 줄곧 전업주부로 살다가 2018년 7월 금호리조트 경영에 참여한 ‘새내기 임원’이다.

박세진 상무가 마흔이 넘어 뒤늦게 경영에 참여하며 ‘낙하산 논란’을 빚은 반면 박주형 상무는 아버지의 ‘믿을맨’으로 제 몫을 다하고 있다는 평가다.

애초에 박주형 상무가 금호석화 경영에 참여하게 된 사정부터 아버지의 신뢰를 바탕으로 했다. 2015년 당시 구매담당 부서 직원들의 비리 혐의가 불거지며 회사가 이들을 경찰에 고소를 하는 등 한바탕 난리가 났다. 이들의 거액 리베이트 수수 혐의가 포착되면서 금호석화의 ‘투명 경영’에 먹칠을 한 것이다.

사태 해결사로서 구매·자금담당 상무로 경영에 데뷔한 박 상무는 지금까지 큰 실기 없이 그룹의 돈줄을 관리하고 있다.

1980년생인 박주형 상무는 이화외고와 이화여대 특수교육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파슨스 디자인 학교에서 실내디자인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미국 현지 기업에서 1년여간 인턴을 한 뒤 2010년부터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에서 관리업무·화학제품 영업부서 등에 근무하다 금호석화로 합류했다.

이런 박 상무를 친오빠인 박준경 상무는 후계 구도에서 달갑지 않게 여길 법 하다. 아버지 세대에서 약속한 ‘아들 승계’만 믿고 있던 그로선 또 하나의 눈엣가시인 셈이다.

이미 사촌 지간인 박철완 상무와 사실상 치열한 경쟁인 상황에서 여동생까지 아버지의 비호를 받으며 ‘다크 호스’처럼 부상하고 있으니 속이 썩을 법 하다.

재계 관계자는 “박주형 상무가 평소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등 강인한 체력과 활달한 성격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오빠들과의 승계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을 것”이라며 “실제로 최근 조용히 지분을 늘리면서 입지를 넓혀가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앞서 박주형 상무는 2015년 7월 금호석화 입사 당시에 보유한 지분은 0.54%에 불과했다. 하지만 입사 이후 지분을 꾸준히 늘리면서 올해 들어 지분율이 0.88%까지 상승했다. 오너 일가의 주식소유 현황을 봐도 박찬구 회장 6.69%, 박철완 상무 9.10%, 박준경 상무 7.17% 다음으로 박주형 상무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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