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화전양면전술' 꺼낸 김정은…남북관계, '3차 핵담판 지렛대' 분수령

2020-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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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로친서로 남북 대화 점진적 재개의사 드러낸 듯

사태 진정 이후 남북 보건·관광 협력 위한 상황관리 차원 목적

이른바 '하노이 노딜' 1년간 살얼음판을 걷던 북·미 경색 국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친서 외교'에 나선 것은 점진적으로 남북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시그널로 분석된다. 북한 특유의 '화전 양면전술'을 통해 제3차 핵담판의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완전히 놓지 않겠다는 전략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보건협력을 제안한 다음날인 지난 2일 '미사일 도발'에 나선 데 이어 지난 3일에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첫 담화를 통해 '말 폭탄'을 던졌다.

북한이 문 대통령이 언급한 보건협력의 화답 차원에서 '친서 외교'를 가동한 셈이다. 이에 따라 남북 보건·관광 협력이 제3차 핵담판의 지렛대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화전 양면전술 꺼낸 김정은…南北 관계 새국면

5일 청와대에 따르면 전날 김 위원장은 친서에 코로나19 사태와 한반도 정세 등을 언급하며 문 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우의와 신뢰를 담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도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친서를 보낸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김 위원장의 이른바 ‘친서 외교정책’이 시작됐고, 이것이 소강국면에 빠진 남북 관계 회복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앞서 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북한과의 보건 협력을 제안한 점을 고려해 친서교환을 계기로 남북 간 방역 협력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두 정상의 친서교환이 있기 바로 전날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 제1부부장이 청와대를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했다는 점에서 북한 당국의 의중을 예측할 수 없다는 평가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 제1부부장의 대남 비난 담화와 김 위원장의 코로나19 위로 친서를 별개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 센터장은 “(김여정의 담화 내용을 보면) 남측도 군사훈련을 하면서 북한의 군사훈련에 대해 ‘가타부타’하는 것에 불만을 표했다”며 “김정은은 그것과 별개로 코로나19 관련 위로 친서를 보냈다”고 북한 당국의 움직임을 풀이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위로 친서를 통해 남북대화의 점진적 재개 의사를 비쳤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사태와 연관 지어 분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인 관광객 수용 불가 등으로 매우 심각한 외화난에 시달리는 북한이 이를 극복하고자 남북 관계 상황 관리에 나섰다는 이야기다.
 

북한이 전국 각지에서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보건·관광 협력 따라 남·북·미 선순환 가동

정 센터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고, 사태가 진정된다고 해도 중국 경제가 그동안 큰 타격을 입어 북한은 앞으로 많은 중국 관광객 유치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은 외화난 해결을 위해 코로나19 사태 진정 이후 남한 관광객 유치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이 이번 코로나19 사태 대응 과정에서 발전된 보건·의료기술을 가졌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만약 한국 정부가 머지않아 코로나19의 확산을 억제하는 데 성공한다면 북한은 한국으로부터 보건 협력을 기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정부가 당장 북한과 보건의료협력에 착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이 코로나19 사태 진정 이후 남북 보건·관광협력을 위한 화해와 대화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는 의미다.

정 센터장은 “김 위원장은 곧바로 남북 관계 개선에 착수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남북 보건 협력과 관광 협력을 위한 분위기 조성을 목표로 두고 문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와 더불어 정부가 적절한 시기에 북측에 실질적인 보건의료지원과 협력을 제공할 수 있다면 남북대화가 자연스레 재개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요한 포인트는 김정은의 이번 친서는 감정적, 즉흥적 행동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라며 “김정은은 사안의 경중과 성격에 따라 원칙적인 대응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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