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리 인하 기조 속에 중국의 통화정책 운용 폭도 넓어진 만큼, 중국도 적절한 시기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 관영언론도 공개적으로 인민은행에 금리 인하를 촉구했다. 지난 4일 중국 관영 중국증권보는 '정책금리를 인하할 문이 열렸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전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이 잇따라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분위기 속에서 인민은행이 정책 금리를 인하하는 게 비교적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인민은행이 더 과감하게 통화 완화에 나서야 한다는 시장의 목소리와 부합한다. JP모건, ING 등 글로벌 투자은행도 인민은행이 이달 중 1년물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와 대출우대금리(LPR)를 각각 10bp(1bp=0.01%) 포인트씩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인민은행은 이미 지난달에도 코로나19 타격에 대응하기 위해 MLF와 LPR 금리를 각각 0.1% 포인트씩 내렸다.
왕칭 중국 둥팡진청 수석 애널리스트는 "올 상반기 한 차례 더 전면적 지준율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며 올 한해 모두 세 차례 지준율 인하를 예상했다. 전체 인하 폭은 약 1.5~2% 포인트 정도다. 인민은행은 이미 미·중 무역전쟁 등에 따른 경기 둔화에 대응해 2018년 4차례, 2019년 3차례, 올초 1차례, 모두 8차례 지준율 인하를 단행했다.
인민은행은 지난달에도 코로나19 타격을 줄이기 위해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MLF, LPR 1년물 금리를 잇달아 내렸다. 중소기업을 위한 3000억 위안(약 51조원)의 저금리 특별대출 자금도 공급했다. 그런데도 시장이 금리 인하를 촉구하는 건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경제 상황이 악화한 탓이다.
지난달 중국 제조업, 서비스업 경기지표는 사상 최저치까지 곤두박질쳤다. 중국 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래리 후 맥쿼리 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N을 통해 1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다수 기관이 예상한 4%대보다 낮을 수 있다고 봤다. 심지어 "문화대혁명(1976년) 이후 처음으로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고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인민은행도 사실상 통화정책을 더욱 유연하게 운용할 뜻을 내비쳤다. 류궈창 인민은행 부행장은 "실물경제 회복 발전을 더욱 중요한 위치에 놓고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해 올해 경제·사회 발전 목표를 달성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당 100주년인 2021년 중산층 국가를 지향하는 ‘샤오캉(小康) 사회’의 전면적 건설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중국 공산당으로선 올해 최소 5.7% 성장률을 사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인민은행은 홍수처럼 시중에 돈을 풀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실시한 4조 위안의 경기부양책 부작용으로 중국은 여전히 심각한 부채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