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열 칼럼] 마스크 경제학, 그리고

2020-03-06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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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열]





'코로나 그까이꺼'라고 생각하면서 대충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마스크 부족 현상은 금방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의료용 마스크를 왜 일반인이 끼고 다니느냐. 건강한 사람은 필요 없다"라면서 전라북도 교육감께서는 아예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인 중 한 분은 직업이 의사인데, “코로나19는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새로운 독감의 일종”이라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있다. 필자도 필터 없는 검정색 면 마스크 하나로 45일째 버티고 있다. 50대 후반의 ‘고위험군’이니 조심하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별일 없이 견디고 있다. 민생경제를 위해서는 나 혼자라도 열심히 소비해야 한다는 소명의식 하에 평소처럼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면 마스크 쓰고.

문제는 과도한 공포심이다. 공포심은 정확한 정보가 부족할 때, 미래가 불확실할 때, 관리가능하다는 확신이 부족할 때 증폭된다. 많은 선진국에서 우리의 전염병 관리능력을 호평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보다 20배나 많은 하루 1만건의 검사를 수행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보건의료 당국조차 한국의 투명하고 신속한 대처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자동차를 몰면서 진단받을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도입한 것 역시 칭찬받고 있다. 그러나 수백만장의 마스크를 매일 공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스크가 부족하다. 관건은 공포심을 누그러뜨리는 것이다. 코로나19의 정체를 정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 전파력은 강하지만 치사율은 높지 않다, 건강한 분들은 충분히 치료될 수 있다, 건강한 분들은 비말을 막아줄 수 있는 면 마스크를 착용해도 충분하다는 등의 정보가 확산되어야 한다. 너도나도 의료용 마스크를 사용한다면, 실제로 병원이나 보건소와 같은 의료 현장에서 마스크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야 한다. 코로나19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이 의료용 마스크에 대한 과도한 수요로 이어지고, 의료용 마스크의 부족을 유발하고 있다. 모두가 피해자다.

마스크 낭비 이외에 또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지금처럼 거의 모든 국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게 지속된다면 피부과나 성형외과는 특히 울상일 것이다. 얼굴 성형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마, 눈썹, 눈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성형 상품을 개발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커질 것이지만, 익명성이 강화되고 다른 사람의 눈을 별로 의식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행동의 자유로움은 증가하게 될 것이다. 여성들의 외출 준비시간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게 되니까 샴푸나 화장품 사용량은 줄어들고, 지하철 ‘쩍벌남’의 숫자는 늘어날 것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것 이외에 또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한국의 보건의료 인프라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향상되는 부수적인 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향후에도 주기적으로 발생해서 유행할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하루 1만건의 감염병 진단 및 치료 경험은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서비스에 대한 평가를 높여줄 것이다. 지금 활용되고 있는 국산 진단시약, 국산 진단장비에 대한 평가도 크게 개선될 것이다. 예를 들어, 발 빠르게 코로나19 진단시약을 개발하여 공급하고 있는 ‘씨젠’ 등은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고, 향후 세계 각국에서 더 많은 사업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아쉬운 점도 많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5000만 국민들이 소리 없는 전쟁터에서 힘겹게 분투하고 있는 와중에 마스크 사재기를 하고, 가격을 부풀리는 분들이 있다. 이분들은 수많은 국민들의 목숨을 벼랑 끝으로 몰면서 농간을 부린 죗값을 치르게 될 것이다. 인과응보다. 가짜뉴스를 만들어 국론을 분열시키고 사태수습을 더 어렵게 만드신 분들, 정쟁에 눈이 멀어 나라의 이익을 팽개치신 분들은 소탐대실의 벌을 받게 될 것이다. 국민들의 평가와 선택은 항상 현명하고 엄중했다. 지금처럼 상호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사회적 자본이 형편없는 나라가 되어버린 원인은 무엇이고 대책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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