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언의 베트남 통(通)]마스크의 나라 베트남, 코로나를 물리치다

2020-03-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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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CDC, '베트남' 코로나19 감염국 명단서 제외

현재 감염자 0명...중국 주변국 중 유일한 청정국가

부득담 이끄는 국가지도위원회 빠르고 신속한 결정력

전국망 갖춘 국가의료체계 통해 효과적 코로나19 대응도 한몫

베트남은 ‘마스크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상 전 국민이 매일같이 마스크를 쓴다. 이는 경제성장과 급격한 도시화에 맞물려 베트남 전역이 공사판이라 불릴 만큼 먼지와 대기오염에 노출된 탓이 크다. 특히 척박한 도로 인프라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는 도저히 정상적인 도로 운행을 할 수 없을 정도다. 베트남 국민 1인당 오토바이 1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마스크는 험난한 길 위에서 자신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이다. 마스크 착용이 베트남에서 하나의 생활습관으로 변해버린 이유다.

그런데 이 같은 베트남인들의 마스크 착용 습관을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연관 짓는 의견들이 많다. 과학적으로 아직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애초부터 마스크를 써온 하나의 생활습관이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자연스러운 방어막이 됐다는 주장이다.

불과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베트남의 하노이와 호찌민은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대기오염 도시들로 비판받은 점을 고려하면 역설적인 상황이다. 한편에서는 이번 코로나 사태를 두고 베트남에선 마스크 착용이 자연스러운 문화인데 오히려 다른 선진국이 이제야 마스크 쓰기를 생활화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차기 총리후보가 이끄는 국가지도위원회··· 대외중요도 상관없이 빠르고 단호한 대처
 

베트남 코로나19 관련 상황을 총괄 지휘하는 국가지도위원회의 위원장 부득담 부총리.[사진=베트남통신사]


베트남은 최근 코로나 청정국가로 거듭나며 주목을 받고 있다. 당초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매일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오간다는 점에서, 베트남은 중국발 코로나에 가장 취약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은 빗나가고 있다. 오히려 중국과 국경을 맞대지 않은 한국·일본·이탈리아 등에서 코로나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는 반면, 베트남은 확진자가 불과 16명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마저도 베트남 정부는 지난달 25일 마지막 확진자가 완치됐다면서, 베트남 내에는 현재 코로나 환자가 0명이라고 공표했다. 베트남은 지난달 13일 이후 아직까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베트남 정부의 이러한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다는 의견도 팽배하다. 코로나19의 검사 건수가 워낙 적고 코로나 집단발병지역으로 폐쇄된 빈푹(Vinh Phuc) 지역에서는 아예 코로나 검사도 이뤄지지 않은 점을 들어 통계 자체에 의심이 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불신의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여론은 베트남의 신속한 대응과 지속적인 방역체계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등 세계적인 관련 기관들은 베트남이 모범적인 지역 방역국이라며, 상황을 잘 통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베트남을 공식적으로 지역 내 감염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한다고 23일 밝혔다.

관련 전문가들은 베트남의 코로나 방역 성공을 두고 정부의 강력한 초기대응이 주효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이는 공산당 일당체제에서 갖출 수 있는 빠르고 신속한 결단력 덕분이라는 것이다.

지난 1월, 중국 우한발 코로나 사태가 촉발하자마자 베트남은 전격적이고 빠른 조치를 단행해왔다. 베트남 정부는 코로나 대응상황을 총괄 통제하는 총리 직속의 ‘코로나19 국가지도위원회’를 결성하고 국가적 대응을 위한 핵심 과제를 선정했다.

이후 국가지도위원회는 즉각 베트남의 핵심투자국이자 경제성장의 발판 역할을 하는 중국에 대해 단호하게 국경을 걸어잠갔다. 국경봉쇄가 한 달이 훌쩍 넘으면서 현재 수출입을 위한 물품교역은 일부 봉쇄가 풀렸지만 인적 교류는 여전히 막혀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베트남 경제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높지만, 베트남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강경하다.

올해 양국 교역규모 1000억 달러 돌파를 예상했던 우리나라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19일 한국에서 31번 슈퍼전파자 출현 이후 국내에서 코로나가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베트남 정부는 입국제한(24일), 무비자 사증면제 중단(29일)을 전격 단행했다. 한국 정부의 강력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정부는 단호하다. 심지어 지난달 29일에는 한국에 있는 4000여명의 베트남인들의 귀환 요청조차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한국발 입국자 전원은 점차 자가격리 조치에서 시설격리로 전환하고, 한국으로 나가는 항공편 마저 오는 7일부터는 당분간 중지된다.

현지에서도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베트남 정부의 과감한 조치는 계속 중이다.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빈푹성을 계속 차단하면서 자국민들에게는 코로나 청정국가라는 애국심을 자극하고 경각심을 심고 있다. 학교는 무제한 휴교를 실시하는 중이고, 사람이 모이는 모든 집회는 모두 불허되고 있다.

코로나 대응 상황을 책임지고 있는 국가지도위원회를 이끄는 부득담 부총리는 지난 1일 "베트남은 국제 보건 비상사태를 초래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싸움에 1차적 승리를 평가하면서 계속된 전투도 완전히 준비되어 있다"고 말했다.

하노이 정부청사에서 열린 이날 회의에서 부득담 부총리는 코로나19의 예방은 모든 계층의 당위원회와 행정부들의 최우선 임무라면서도 “전 국민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의 제공이 필요하다. 코로나 대응은 보건부의 임무만 아니라 전 국민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베트남 현지 주요언론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베트남 정부는 코로나 발병지역에서 입국한 사람들과 밀접 접촉자 총 인원은 1만89명으로 파악 중이며, 이 인원을 병원시설(156명)·집중격리소(4810명)·거주지(5123명)에서 격리하고 있다,

도쑤언뚜옌(Do Xuan Tuyen) 보건부 차관은 같은 날 코로나19 대처 브리핑에서 특히 호찌민을 비롯한 남부지역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호찌민시 집중 격리소는 전염지역에서 돌아온 272명을 시설격리하고 거주지에서 자가 격리된 총 3265명 중에서도 290명은 중점적으로 계속 모니터링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 700여개의 의료체계망 구축··· 시설은 낙후해도 코로나 등 신속대응엔 효과적 평가
 

베트남 의료진들이 코로나 확진검사를 실시하고 있다.[사진=베트남통신사]

베트남 정부의 강력한 코로나 방역 의지와 함께 주목받는 것이 베트남의 의료방역체계다. 군병원을 중심으로 전국에 촘촘히 포진된 의료시스템이 이번 코로나 초기대응에 큰 기여를 했다는 분석이다.

물론 객관적인 측면에서 베트남의 의료시스템은 의료선진국에 비해서는 한참 뒤떨어진다. 지난달 24일 발생한 한국인의 다낭 격리사태에서 나타났듯이, 베트남의 전반적인 의료시설은 상당히 낙후한 것으로 나타닜다.

그러나 시설 자체와는 달리 의료수준이나 의료체계 자체가 낙후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국가 주도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의료체계는 긴급방역을 위해 최대 효율치를 고려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의 의료체계는 외국계 병원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민간병원과 일반 베트남 국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공공의료 기관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사실상 코로나19 대응을 막는 의료체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국가가 운영하는 공공의료기관이다.

공공의료기관은 어느 곳에서 관리를 하느냐에 따라서 나뉜다. 보건부 산하병원은 국가가 관리하는 지역거점 병원이고, 도립과 시립 병원은 시·도에서 관할하는 병원이다. 또 지역단위의 관리병원은 각 군과 동에 하나씩 있다. 이러한 의료체계는 전국에 걸쳐 700여개로 구분돼 수직적 구조를 갖는다. 사실상 전국이 성, 시·군(Quan)이나 동(Phuong)으로 나뉘어 긴밀하게 연결된 촘촘한 대응 구조를 갖고 있다는 애기다.

여기에다 가까운 과거에 전쟁 경험으로 외과 부분의 기술도 상당히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직도 많은 베트남 의사들은 과거 의료선진국이었던 구소련과 동구권에서 공부해 다양한 경험으로 내·외과를 동시에 진료할 수 있다.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도 다른 개도국에 비해서는 인구 대비 상당히 많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119와 같은 베트남 115는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응급차량에 의사 1명과 간호사 2명이 꼭 동승한다. 의료선진국이라는 미국, 한국에서도 통상 의료진 1명만 탑승하는 점을 비춰보면 쉽게 갖추기 힘든 인력확보 수준이다.

지난 수십년간 베트남 의료 발전에 공헌하고 코로나 비상대책 회의에도 참가한다는 이스라엘인 라피 캇 박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비단 코로나 같은 신종 전염병이 아니더라도 초기방역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국적으로 갖춰져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스 당시에도 베트남은 비슷한 궤적을 그린 바 있다"며 "공식적인 통계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지 벌써 3주째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베트남 정부는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오는 4월 5일 예정대로 첫 포뮬러원(F1) 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현지의 보도들을 종합해 보면 첫 국산차인 빈패스트의 출고에 이어 국가적 위상을 확보하는 이번 국제대회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베트남 정부는 계속해서 코로나 대응에 총력에 기울일 전망이다. 상황이 이대로만 안정된다면, 베트남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세계적 팬데믹(대유행)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국제대회를 안정적으로 치러내고 사스에 이어 모범 방역국 지위가 부여된 유일한 개도국 타이틀도 거머쥐게 되는 쾌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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