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사실관계에 변동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역할을 설명하기 위해서라면 굳이 공소장 변경을 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표면상 이유 외에 다른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전날 정 교수의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등 혐의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김선희·임정엽·권성수 부장판사)에 제출했다. 조 전 장관이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비리와 증거인멸·위조·은닉에 어떻게 관여하고 공모했는지 보다 상세하게 적어 공소장 내용을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정 교수가 지난해 11월 조 전 장관보다 먼저 기소됐고, 이에 수사 등을 이유로 정 교수의 공소장에 조 전 장관과의 공모 부분이 충분히 적시되지 못했다는 것이 검찰 측 설명이다
앞서 열린 6차례의 공판준비기일과 네차례 공판기일에서 재판부와 변호인 측은 '증거인멸의 본죄가 무엇인지 설명하라'는 지적이 여러차례 나왔다. 증거인멸이 되려면 '범죄의 증거'를 인멸해야 하는데, 범죄가 없으면 '범죄의 증거'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정경심 교수와 조 전 장관이 인멸한 자료가 무슨 범죄의 증거인지'를 설명하라는 말이다.
검찰은 지금까지 조 전 장관과 정 교수가 인멸한 자료가 어떤 범죄의 증거물인지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고 있다. 이번 공소장 변경 역시 그에 대한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통해 얻으려는 것은 재판과정에서 지적된 문제를 보강하기 위함이 아니라 다른 것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특히 검찰이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을 한 법정에 세우기 위해 여러차례 사건병합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이번 공소장 변경 역시 그런 목적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검찰은 지난달 15일 당시 형사25부(송인권 부장판사)에 정 교수와 조 전 장관 사건과의 병합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자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에 재차 병합을 요청한 상태다.
앞서 송 부장판사는 앞서 병합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김미리 판사가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명확히 밝힌 바 있다. 애초 재판부의 변경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 이에 검찰의 희망과는 달리 조 전 장관과 정 교수 부부가 나란히 법정에 서는 것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재판에서 검찰은 증거인멸 교사와 관련해 ▲코링크PE 실소유주가 친척인 조범동인 사실 ▲블루펀드가 피고인 가족만 출자한 가족펀드인 사실 ▲블루펀드 투자처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사실 등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같은 사실이 드러날 경우 조 전 장관에 대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위법행위가 인정될 가능성 등을 염려해 은폐하기로 하고, 코링크PE 관계자로 하여금 의도 부합한 허위자료를 만들고 관련자료를 폐기 또는 은닉하게 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검찰의 이 같은 주장을 전적으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범죄가 아니거나 과태료에 불과한 수준이어서 '증거인멸'로 다룰 사안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