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코스피 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은 장중 11만9500원까지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시가총액도 11조1000억원을 밑돌았다. 전날 12만25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한 뒤 하루 만에 신저가 기록을 새로 쓴 것이다. SK이노베이션 주가가 12만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5년 11월 이후 51개월 만이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맥없이 곤두박질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ITC 조기패소' 탓이었다. ITC는 이달 14일(현지시각)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2차전지 영업비밀침해 소송과 관련,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판결(Default Judgment)'을 내린 바 있다. 앞서 LG화학이 지난해 4월 29일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제기한 이후 SK이노베이션이 내부적으로 관련 자료 삭제 등 증거인멸에 나선 정황이 발각되면서다. 오는 10월 5일 ITC의 최종결정(Final Determination)이 남아있지만, 그 동안 조기패소판결 이후 최종결정에서 판결이 뒤바뀐 경우는 거의 없었다.
업계 안팎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분위기가 감지됐다. 미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이 LG화학의 입장에 찬성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고, 월스트리트저널(WSJ)도 ITC 조사팀 의견이 LG화학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SK이노베이션 주가도 지난해 말 15만원에서 지속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사태에 글로벌 석유수요도 위축될 것으로 보이고 있다. 이날 신영증권은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1분기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같은 업종인 에쓰오일(S-OIL)도 장중 7만원을 밑돌면서 두달 사이 20% 넘게 하락했다.
SK이노베이션은 주가 부양을 위해 지난달 31일 자사주 매입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사주 매입 규모는 462만8000주(약 5785억원)로, 매입 기간은 오는 5월 2일까지다. SK이노베이션이 실적부진 및 ITC 조기판결에 따른 주가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방침으로 풀이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자사주 매입을 맡은 SK증권이 지난 20일 간 150만주에 달하는 자사주를 매입했다"면서도 "ITC 조기패소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악재를 방어하기에는 버거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