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코로나19 戰·人·花] 힘내요 정은경!

2020-02-2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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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철민 기자]

대한민국은 코로나19와 전쟁 중이다. 전쟁 중에도 '꽃'은 핀다. 바이러스와 싸우는 아름다운 '사람 꽃'이 눈부시다. 전인화(戰·人·花)다.
 
그는 서울대 의대를 나온 가정의학과 전문의지만 의사 일은 하지 않는다. 의사는 아프고 다친 사람을 치료한다. 하지만 그는 사람들이 아프고 다치기 전에 이를 막는 ‘예방의학’을 전공해 박사 학위를 땄다. 그리고 공무원이 됐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 본부장(차관급) 얘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민들에게 가장 낯익은 공무원이 된 그는 24일 브리핑에서 짧은 머리를 더 짧게 자르고 등장했다. 머리 감을 시간도 아끼기 위해서란다. 간단한 '뿌리 염색'(전체 모발 염색 후 새로 자란 안쪽 흰 머리 부분 염색)조차 사치일듯하다.

지난 1월 20일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질본은 계속 비상 상태다. 많은 직원들이 긴급상황센터에서 숙식을 해결한다고 한다. 한 기자가 “잠을 1시간도 못 잔다는 말이 있다”고 하자 정 본부장은 “1시간 보다는 더 잔다”고 했다. 좋은 질문에 현명한 대답, 호문현답(好問賢答)이다.

방송화면과 언론사 사진에 나온 그를 찾아봤다.

5년 전인 2015년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 질본 질병예방센터장 자격으로 TV 화면에 처음 얼굴을 비췄다. 요즘 보는 그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은 안경과 헤어스타일, 말투.

이후 본부장 취임식, 코로나 사태 초기 1월 23일 KBS 9시 뉴스 출연 모습 포함 지난 24일까지 아래 사진 묶음이 그의 변화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그래픽=박연서 인턴기자]


질본 홈페이지에는 그의 사진과 인사말이 나온다. 작성일이 2019년 5월 16일, 최종수정일이 2019년 12월 19일로 돼 있어 코로나19와는 무관한 시점이다. 정 본부장은 질본의 첫째 과제를 신종감염병 대책이라고 썼다.

<<<질병관리본부는 과학적 근거 기반의 질병 예방관리정책 추진과 보건의료 연구를 통하여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건강한 국민,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첫째,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위해 24시간 365일 대응하겠습니다. 국제 교류 증가, 기후변화, 환경파괴 등 전 세계적으로 메르스, 에볼라열과 같은 신종감염병 위험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결핵,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수인성감염병 등 국내 유행 감염병도 지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24시간 긴급상황실·즉각대응팀 운영, 격리병상·치료제 자원 확보, 관계 부처·지자체·의료계 협력체계 구축, 역학조사 전문 인력 양성·훈련 등을 통해 신종감염병 공중보건위기에 대비하겠습니다. 국가 예방접종 사업을 확대하고 감염병 예방수칙 홍보를 통해 감염병을 예방하고 주요 감염병별 맞춤형 대책을 지속 추진하겠습니다(이하 생략)>>>
 

[사진=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캡처]


정 본부장은 서울대 의학과 졸업 후 같은 대학에서 보건학으로 석사, 예방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질본 전신인 국립보건원 연구관 특채로 공직에 입문한 이후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에서 질병관리본부로 자리를 옮겨 만성질환관리과장, 질병예방센터장, 긴급상황센터장을 거쳤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를 지적한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질본 고위직들이 징계를 받을 때 그도 정직 처분을 받았다.(이후 인사혁신처 징계는 감봉으로 경감)
 

[청와대 인사 발표 당시 사진=청와대 제공]

하지만 그가 문재인 정부 들어 사상 첫 여성 질병관리본부장으로 발탁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메르스 사태 당시 보여준 그의 ‘능력’이었다.

2017년 7월 인사 발표 당시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질병 예방과 전염병 대응 및 방역관리 전문가로서 메르스 사태 발생 시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현장 점검 반장으로 진화과정을 지휘하는 등 다양한 실무 경험을 겸비했다”면서 “질병관리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나갈 적임자”라고 발탁 배경을 밝혔다.

요즘 각종 온라인 카페와 SNS에는 정 본부장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거나 응원하는 글이 꽤 많다.

“어제 뉴스에 나오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보니 진짜 짠~ 했어요. 다크서클이 목끝까지 내려온 듯하고, 흰머리도 많이 보이는 게, 3주 사이에 확 늙어 보였어요…”

“코로나 발병 3주째 수척해진 모습 ㅠ 브리핑 때 마다 피로감이 역력해 보여 넘 안쓰럽더라구요~ 거의 밤새는듯한 ㅠㅠ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님 응원합니다~~!!!”

#힘내요정은경 #고마워요질병관리본부 #힘내라질병관리본부 #질본화이팅 등의 SNS 해시태그도 많다.

똑같은, 열렬한 응원을 보낸다.
 

[그래픽=박연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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