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중국몽]'바오우(保五)' 강제 진입…결국 양회 연기까지

2020-02-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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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손실 눈덩이, 사스 때보다 어렵다

42년만에 양회 연기, 사태 심각성 자인

샤오캉 달성 선언 위기, 악화하는 민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일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 방중한 외국 정상인 훈센 캄보디아 총리와 회담하던 중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CCTV 캡처 ]


중국을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바오우(保五·5%대 성장률 유지) 진입은 기정사실이 됐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그마저도 장담하기 어렵다.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결국 연기될 정도로 사회 혼란도 심각한 상황이다.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한 해 앞둔 올해 잔치 분위기를 한껏 돋우려던 중국은 시작부터 맥이 빠졌다.

◆리커창 입에 쏠리는 눈

17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이날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기존 3.25%에서 3.15%로 0.1%포인트 낮췄다.

경영난에 빠진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을 절감해주기 위한 조치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이 시중에 푼 유동성 규모는 이미 100조원을 훌쩍 넘었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중국은 기준금리 및 지급준비율 인하, 적자 재정과 지방채 발행 확대 등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위기 대응에 나설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올해 성장률 둔화는 불가피하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는 단기간 내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현 상황은 다르다.

당시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직후라 외자가 쏟아져 들어오고 대외 무역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시기였지만, 현재는 글로벌 경제가 불황에 신음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제조 기업의 생산력 저하와 소비 위축에 따른 서비스업 침체 등이 예견된다. 이미 중국 경제의 중심부인 광둥성과 저장성 등이 코로나19로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의 지난해 경제 성장률은 6.1%로 29년 만에 가장 낮았다. 성장률 하락의 주요 원인이었던 미·중 무역전쟁이 1단계 무역 합의 달성으로 소강 국면에 진입했지만 그 대신 향후 2년간 2000억 달러의 미국산 재화를 추가 수입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현 상황에서 쉽지 않은 과제다.

중국 사회과학원 등은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6.0% 안팎으로 제시했다. 중국 정부 내부적으로도 6%는 맞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지만 굳이 숫자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게 공식 입장이었다.

지난 2010년 장쩌민(江澤民) 주석은 2020년까지 1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을 2배로 늘려 샤오캉(小康·모든 인민의 편안하고 풍족한 삶) 사회에 진입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중국은 지난해 1인당 GDP 1만 달러를 넘은 데 이어 올해 전면적 샤오캉 사회 달성을 공식화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올해 성장률이 5.6% 이상이면 충분했지만 이제는 쉽지 않아졌다.

경제가 사실상 마비 상태였던 1분기 성장률이 4% 미만으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연간으로도 5.5~5.7% 정도가 거론된다. 상반기 내내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될 경우 5%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매년 3월 열리는 양회 때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입을 통해 그해 성장률 목표치를 밝혀 왔다.

올해 그가 제시할 목표치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가 5%대 후반의 성장률을 언급하면 중국은 무리를 해서라도 경기 부양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공급 과잉과 부채 확대, 지방정부의 재정 부실화 등이 재연될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진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에서 환자를 치료하던 의료진이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위기에 빠진 중국몽, 궁지에 몰린 시진핑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현재까지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7만명과 1700명을 넘어섰다.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후베이성을 제외한 지역의 확진자 수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는 단계다. 연인원 수억명의 농민공과 학생이 아직 직장과 학교에 복귀하지 않은 탓이다.

2차 대규모 확산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게 양회 연기 결정이다. 정치 외적 이유로 양회 일정에 변동이 생긴 건 문화대혁명 뒤인 1978년 이후 42년 만이다.

양회의 두 축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각각 3월 3일과 5일에 개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국 전역이 코로나19의 영향권에 든 상황에서 5000명이 넘는 대표가 참가하는 양회를 강행하는 건 부담스럽다는 판단을 내렸다.

자칫 중국 공산당 주요 간부와 중앙·지방정부 고위층이 모인 자리에서 추가 확진자가 나올 경우 사회 혼란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양회 연기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수뇌부의 책임론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한 중국 소식통은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며 "고심 끝에 양회 연기를 결정했겠지만 시 주석의 리더십 위기는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리더십 위기의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미리 알렸다가 유언비어 유포죄로 처벌을 받은 의사 리원량(李文亮)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적으로 분노가 들끓었던 게 대표적인 사례다.

시 주석이 주장해 온 중국몽(中國夢·과거 중국의 영광을 21세기에 되살리겠다는 전략)은 민심이 흉흉해지면서 위기에 몰렸다.

올해 전면적 샤오캉 사회 실현을 선언하고 내년 창당 100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치른 뒤,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2022년 제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을 공식화하려던 구상도 흔들리고 있다.

정치·경제적으로 미국을 위협할 만한 위상을 갖추고 아시아 지역에서 군사적 패권을 강화하려던 시 주석의 꿈은 당분간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패닉 상태에 빠진 중국 사회를 안정시키는데 전적으로 매달려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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