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가우스전자' 곽백수 작가가 회사생활 경험 없이 회사를 소재로 삼은 이유

2020-02-1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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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와 ‘가우스전자’ 등 4500여 편 이상의 만화를 그린 곽백수 작가. 곽 작가는 어떤 사람이 회사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며 독자들에게 큰 재미를 주고 있다. 회사가 배경이지만 그는 회사생활을 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회사를 배경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이번 인터뷰는 빵 터지는 개그로 세태를 꼬집으며 정곡을 찌르는 만화가 곽백수 작가와의 이야기다.
 

[사진= 김호이 기자/ 웹툰작가 곽백수]

Q. 아이디어가 대단하신데 실 제품으로 만들거나 특허로 등록된 경우가 있으신가요?
A. 웹툰 만화에 나오는 것들은 이것저것 조합한 것들이라...특허라는 게 기술적인 구현이 되지 않으면 등록되지 않기 때문에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볼 수 있죠. 다만 만화에 나오는 우산에 대한 특허는 가지고 있어요. 실용성은 없고 상징적인 것이죠. 특허를 하나쯤은 갖고 싶었어요.

Q. 군대에서 만화가가 되기로 결심하셨던 것으로 아는데요, 만화가 이전에는 어떠한 것들을 꿈꿔왔었나요?
A. 그전에는 막연하게 사업가를 생각했어요. 뭔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이 없을까 하다가 이런저런 사업을 하려면 아이템도 있어야 하고 자본도 있어야 되는데 여의치 않아서 만화를 시작했어요.

Q. 소재나 영감이 떠오르지 않거나 일이 생기는 경우도 있을텐데 이를 대비해서 원고를 쌓아두는 편인가요?
A. 네, 항상 세이브(예비 원고)를 가지고 있어요. 일정하진 않지만 2주~한 달치는 갖고 있으니까 뭔 일이 생기거나 아이디어가 안 나와도 큰 영향은 없어요.
 

[사진= 곽백수 작가의 가우스전자]


Q. 곽백수 작가가 생각하는 '그림을 잘 그린다'는 건 무엇인가요?
A. 제가 그림을 잘 그리는 작가가 아니라서 답하기가 애매한데 표현력 아닐까요? 결국 만화라는 게 감정을 전달하는 거니까 단순하게 밀도가 아니라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인 거 같아요.

Q. '가우스전자'는 회사가 배경인데 곽백수 작가께서도 회사생활을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A. 없습니다. 처음에 캐릭터 만화를 하고 싶어서 공간을 규정할 때 아무래도 회사가 공간이 넓으니까 회사로 했고 캐릭터 만화로 시작하다가 직장만화가 됐죠. 아이디어 같은 경우에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을 때도 있고, 생각을 많이 해요.
 

[사진= 곽백수 작가의 가우스전자]

Q. 소재를 찾기 위해 회사에 입사하거나 알바를 해보신 적도 없으신가요?
A. 당연히 없죠. 만화 그려야죠. (웃음)

Q. 지금 현재 가장 그리고 싶은 건 무엇인가요?
A. 인간의 본성에 대해 그리는 걸 가장 원해요. 가우스전자도 그 지점을 많이 팠고요. 작가가 가장 이루고 싶은 성취는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밝혀내는 거니까 항상 그 지점을 집중하고 있는데 아직 능력이 되지 않아서 못하고 있죠.

Q. 독자들이 많은 댓글을 다는데 독자들의 댓글을 통해 영감을 얻거나 작업과 연결을 하는 경우도 있나요?
A. 네, 많죠. 항상 댓글 많이 보고 영감도 많이 얻고 사람들의 생각도 많이 읽어요. 그렇지만 독자가 주는 아이디어를 그리는 건 아니고 (댓글을 통해) 제가 놓친 부분들을 보는 거죠.
 

[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Q. 만화가로서의 삶은 어떤가요?
A. 아주 만족스럽죠. 나이대마다 생각이 다를텐데 근 50이 가까우니까 끝도 없이 성장할 수 있는 분야라는 점에서 매력적인 거 같아요.

Q. 만화를 그리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거나 성취감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A. 독자 반응이 좋을 때도 그렇고 제 스스로 그려 놓고도 괜찮다고 생각할 때도 그렇고요.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세상도 팍팍해지는데 혹시라도 서로서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그런 마음가짐 자체가 하는 일에 의미를 많이 부여해주는 것 같아요.

Q. 웹툰과 만화책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A. 저는 똑같다고 생각해요. 그리는 것도 똑같고 본질도 달라진 건 특별히 없고 보는 장소만 달라진거죠. 오히려 장점은 있죠. 모든 사람 손 안에 쉽게 만화책을 들려준 것이랑 마찬가지잖아요.

Q. 작가님과 가장 닮았다! 하는 캐릭터가 있나요? 있다면 누구이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캐릭터 안에 제 모습이 조금씩 들어가 있어요. 정반대의 성격도 있고 제 성격을 조금씩 조금씩 쪼개서 캐릭터가 된 것 같아요. 나랑 닮은 게 누구라고 단정하기 힘들어요.

Q. 만화가로서의 처음은 어땠나요?
A. 이곳저곳 많이 헤맸죠. 지망생으로서 만화 그린다고 놀기도 많이 놀고 그러다가 '트라우마' 때부터 순탄하게 작업을 하고 있죠.

Q. 만화가로서의 재능을 어떻게 찾게 됐나요?
A. 뭘 해서 먹고 살까 했는데 제가 가진 재주가 별로 없더라고요. 근데 그나마 낙서하는 것을 좋아하고 엉뚱한 생각을 잘하니까 “만화가나 해볼까”라고 24살 때 생각했죠. 그게 만화였고 처음에는 직업으로써 밥벌이로 시작을 했는데 20여년을 하다 보니까 책임감도 느끼고 소명의식도 느끼게 됐어요.

Q. '가우스전자' 이후에 무엇을 그리실 예정이신가요?
A. 특별히 정해진 건 없어요. 극화 공부를 더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힘든 회사생활로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직장인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성공은 실체가 없고 '성장'만 실체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성공이라는 건 어떤 상태가 성공인지 규정할 수 없고 되게 불분명한 거 같아요. 

어떤 사람은 가정의 행복을 성공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직장에서 돈을 많이 버는 게 성공이라고 하잖아요. 그리고 행복과 성공이 일치하는 것도 아니고. 상당히 모호하고 실체가 없거든요. 사람들이 “성공해야지“하고 막연하게 생각하잖아요. 그 막연함이 결국에는 인생을 헤매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근데 성장이라는 건 본인 스스로가 손에 쥘 수 있어요. 성장은 무엇이든 실질적으로 만지고 느끼고 추구할 수 있잖아요. 성장에 집중을 하면 불안감도 사라지고 일도 더 즐거워져요.
 

[사진= 김호이 기자/ 곽백수 작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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