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시진핑 "가장 힘겨운 시기"…'사상초유' 양회 연기되나

2020-02-0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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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집권 분수령, 최대 암초 만나

미·중 합의·샤오캉 달성 호재 퇴색

우한행 주저, 리더십 위기 올 수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일 중국을 방문한 훈센 캄보디아 총리와 회담하던 중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다. 훈센 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한 뒤 처음 방중한 외국 정상이다. [사진=CCTV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연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천신만고 끝에 달성한 미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 이행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한 해 앞둔 올해 전면적 샤오캉(小康·모든 인민의 편안하고 풍족한 삶) 사회 달성을 선언하며 장기 집권의 명분을 쌓으려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구상이 위기를 맞았다.

6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중앙 전면 의법치국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전염병 방역·통제의 결정적 시기"라며 "인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놓고 법에 따라 최선을 다하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연설 중 "가장 힘겨운 시기"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중국 수뇌부의 위기의식은 상당하다.

이날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발표한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2만8018명으로 3만명 돌파가 임박했다. 사망자는 563명으로 전날보다 73명 늘었다. 하루 사망자 증가폭으로는 최대치다.

언제 수그러들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중국 정부의 입'을 자처해 온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는 오는 16일 전후로 절정을 이룬 뒤 점차 진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왕천(王辰) 중국공정원 부원장은 "아직 절정기나 전환점을 판단할 근거는 없다"며 미묘하게 다른 뉘앙스를 풍겼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주요 기업이 생산 재개 시기를 늦추고 학교는 개학 연기를 검토 중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양회가 연기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개혁·개방 시대로 접어든 뒤 양회가 제때 열리지 않은 적은 없다. 그만큼 상황이 위중하다.

양회 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는 3월 3일,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발표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3월 5일 각각 개막한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시 주석을 비롯해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 중앙·지방정부 최고 지도부와 당 간부, 기업인 등 5000여명이 모이는 중국 내 최대 정치 행사를 바이러스가 창궐한 상태에서 강행하는 것은 큰 부담이다.

양회 직후인 3월 24일 개막 예정이었던 보아오포럼도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으로 자랑해 온 행사다. 이미 중국 최대 무역박람회 중 하나인 '중국 수출입교역박람회(캔톤페어)'나 중국 국무원이 주관하는 '중국 개발포럼' 등 굵직한 이벤트들도 연기가 확정됐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성사로 지난 22개월간 중국을 옥죄었던 무역전쟁의 여파에서 벗어나 새해를 홀가분하게 시작하려던 계획 역시 차질을 빚게 됐다.

신종 코로나로 제조업이 직격탄을 맞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향후 2년간 2000억 달러의 미국산 제품을 추가 구매하겠다던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최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합의에 따른 '수출 붐'이 신종 코로나 이슈로 더 늦게 도래할 것으로 본다"고 우려를 표했다.

올해는 시 주석이 장기 집권의 길로 접어드는 데 중요한 분수령이 될 시점이다.

중국은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 1만 달러를 달성했다. 여세를 몰아 올해 전면적 샤오캉 사회 실현을 선언하고 내년 창당 100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치른 뒤,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2022년 제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을 공식화하려던 구상이 흔들리고 있다. 집권 이래 최대 위기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시 주석은 여전히 우한행을 주저하고 있다. 리 총리가 시 주석을 대신해 한 차례 우한을 방문한 게 전부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이 진원지인 광둥성을 찾아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고, 2008년 쓰촨성 원촨대지진이 발생하자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가 메가폰을 잡고 현장 지휘를 하던 모습과는 상반된 행보다.

하루에도 수천명이 새로 감염되고 수십명이 사망하는 상황에서 시 주석이 전염을 두려워해 베이징에 계속 머문다면 '현장 리더십'을 강조해 온 공산당의 권위는 도전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신종 코로나 사태는 시 주석의 리더십을 확인할 새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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