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익 칼럼] 코로나 바이러스와 강남 아파트

2020-02-0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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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한 박쥐 날갯짓에 강남 부동산 시장엔 태풍이 분다



‘브라질에서 나비가 날면 텍사스에 토네이도가 분다.’ 나비효과다. 작은 요인이 큰 차이를 만드는 경우를 비유한 말이다. 인과관계가 없는 두 가지 사건이 실은 밀접하게 연관돼 있을 때 쓰이기도 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과 강남 아파트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신종 바이러스 하나가 강남 부동산 시장에 태풍을 몰고 올 수도 있다. 그럴 가능성은 실제로 상당히 커졌다.

4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0.5달러 떨어진 배럴당 49.61달러에 마감했다. 유가가 50달러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해 1월 7일 이후 처음이다.

중국의 원유 소비 감소가 원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우한 폐렴 여파로 중국 원유 소비가 하루 300만 배럴가량 줄었다. 중국의 하루 원유 소비량은 약 1450만 배럴로 20% 정도 감소한 수치다.

중국은 세계 생산공장이다. 중국의 원유 수입 감소는 곧 글로벌 GDP(국내총생산)의 감소를 뜻한다.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이날 한 대학 토론회에 참석, “코로나 바이러스는 세계경제에 잠재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중국 경제 성장에 0.25~0.5% 수준의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WB) 총재는 “중국 요인을 반영해 적어도 1분기 (세계경제 성장) 전망치는 하향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2%를 밑돌 것이란 전망도 속속 나온다. 

생산이 줄면 실물자산 가격, 특히 안전자산인 금값이 오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가가 하락하면 부동자금은 십중팔구 부동산에 쏠린다. 특이한 건 달러값이 덩달아 뛴다는 점이다. 기축통화 달러는 화폐지만 글로벌 안전자산이기도 하다.

원유는 달러로만 결제한다. 유가가 떨어진다는 건 그만큼 달러 가치가 올라갔다는 뜻이다. 이 또한 달러 강세 요인이다. 달러와 비교한 원화가치는 그만큼 더 떨어진다. 원화는 갖고 있을수록 손해를 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가-달러를 둘러싼 세계 경제 흐름을 바꿨다. 최근 미국과 이란간 갈등으로 호르무즈 해협은 화약고였다. 유가는 지난해 12월만 해도 배럴당 60달러까지 치솟았다. 유가가 오른 만큼 달러 가치는 약해진다. 그만큼 미국의 무역수지가 개선될 여지가 커진다.

세계 1위 원유수입국인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이란 등 수입선이 끊긴다. 중국 유조선은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원유를 사러가야 한다. 중국은 하루 평균 11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수입한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다. 이 또한 미국 무역적자가 줄어들 요인이다. 트럼프 정부가 더 이상 무리한 양적완화를 강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미국은 경제상황에 역행하는 저금리 행진을 멈출 수 있다.

현실은 이와 반대다. 유가하락에 따른 강달러 기조가 트럼프 정부는 달가울 리 없다. 금리 인하 카드에 대한 유혹은 더욱 커질 것이다. 트럼프가 주도하는 글로벌 양적완화 퍼레이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얘기다.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부동자금은 1100조원 규모다. 올해 3기신도시 토지보상금으로 45조원이 풀린다. 미국의 금리를 낮출 경우 투자자금 이탈을 막으려면 우리도 퍼레이드에 동참할 수 밖에 없다.

중국발 경기침체가 현실화하면 국내 생산도 급감한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1% 포인트 감소하면 국내 경제성장은 0.3% 포인트 줄어들 것이란 연구결과도 있다. 강남 아파트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견딘 가장 확실한 안전자산이다. 1000조원이 넘는 부동자금의 목적지는 사실상 정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규제는 수문이 열렸는데 수도꼭지를 잠그는 격이다. GDP 성장 둔화를 막기 위한 거시경제 대책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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