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CGI(강성부펀드)와 특별관계자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기존 17.29%에서 32.06%로 증가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을 제외한 한진일가와 그 우호세력(특수관계인, 델타항공, 카카오 등 포함)으로 추정되는 지분은 33.42%다. 기타지분은 34.42%(국민연금, 소액주주 등)로 주주 표심을 얻기 위한 팽팽한 접전이 예상된다.
물론 이명희 전 일우재산 이사장(지분율 5.31%)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원태 회장 편에 설지 확신할 수 없다.
지난 31일 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은 한진그룹 경영이 위태롭다며 현재 경영진으로는 개선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조원태 회장 퇴진을 요구한 것이며 전문경영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경영인 제도를 강조한 조현아 전 부사장은 당분간 일선 복귀가 불투명하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면 조원태 회장 연임에 반대해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다.
한진칼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는 각각 3인 이상으로 구성한다. 다만, 사외이사는 이사총수 과반수가 돼야 한다. 지난해 조양호 전 회장이 갑작스레 별세하면서 현재 한진칼 사내이사는 2명(조원태, 석태수), 사외이사는 4명(이석우, 주인기, 신성환, 주순식)이다. 이중 오는 3월 조원태 회장과 이석우 법무법인 두레 변호사는 임기가 만료된다. 한진칼 최대 이사 수가 11명(사내이사 5명, 사외이사 6명)인 점을 감안하면 6~7명을 추가 선임이 가능하다. 단일 지분 최대주주인 KCGI가 사내이사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조원태 회장이 선친 뜻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줄곧 비판해왔다. 애착을 가졌던 호텔 사업이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면서 적대감이 더 커졌을 것이란 분석이 주를 이룬다.
반도건설은 본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호텔 부문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관측된다. KCGI는 지난해 주총에서 조양호 전 회장을 이사직에서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지만 여타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펀드 참여자 입장에서 보면 KCGI는 이번 주총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은 한진칼만 장악하면 주력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라며 “현재 조현아 전 부사장은 조원태 회장과 대등한 위치에 서는 것이 목적이고 KCGI는 그룹 영향력 강화에 이은 차익실현 혹은 배당확대, 반도건설은 호텔 사업과 시너지 등을 노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각자 다른 목적을 갖고 있지만 서로 ‘윈-윈’ 할 수 있다는 점이 뭉치게 된 계기”라고 설명했다.
전문경영인 영입으로 한진그룹 주력 자회사 가치를 제고한다면 한진칼 기업가치도 오르게 된다. 대한항공과 호텔사업 등이 경영 정상화를 이루게 되고 그 공은 조현아 연합에 돌아간다. 조현아 전 부사장 일선 복귀 시기는 불투명하지만 그룹 체질 개선에 성공한다면 그간 부정적 이미지는 상당히 개선될 수 있다.
한 사모펀드 운용역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KCGI, 반도건설과 손을 잡은 가장 큰 이유는 ‘자금’”이라며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한 여력이 부족해 입지를 구축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불미스러운 일로 이미지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 일선에 나서기도 어려워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을 앞세워 표심을 얻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진그룹 일가보다는 KCGI와 반도건설이 상대적으로 자금 동원력이 풍부하다. 조현아 전 부사장도 이를 충분히 고려한 후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3월 주총에서 어느 쪽이 승기를 잡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설령 조현아 연합 측이 이사회를 장악하지 못해도 추가 지분 확보를 통해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권 분쟁이 지속될수록 주가가 상승한다는 것은 기타주주들이 점차 조현아 연합 측으로 기울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