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人] 신구·손숙이 전하는 ‘웰다잉’에 관한 물음

2020-02-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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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

2013년 초연 후 인기몰이…이번이 네번째

무거운 주제 담담하게 이끄는 대본 인상적

손숙(왼쪽)과 신구가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를 통해 그들의 환한 미소를 닮은 희망을 선물한다.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원로배우 신구(84)와 손숙(76)이 연극을 통해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가 오는 14일부터 3월 2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지난달 30일 만난 두 사람은 이 작품을 자신들을 포함해 평범한 우리 이웃들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황혼인 두 배우에게 대사 하나하나가 마음 깊이 다가온다.

손숙은 “극 중 ‘그리 잘난 척하더니 왜 그리됐냐’는 대사가 있다. 나이를 먹어가니까 남의 일이 아니더라. 곧 닥칠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개인적으로 잘 죽는 것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가족과 함께 품격 있게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 작품은 작가 김광탁이 겪은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룬 사실주의 연극이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물 흐르듯 담담하게 끌고 나가는 힘을 가진 대본이 인상적인 작품. 김 작가는 “간암 말기 아버지가 간 기능 상실이 생겨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에서 ‘굿을 해달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마음에 남아 대본을 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간암 말기 ‘아버지’ 역을 맡은 신구와 가족을 위해 한평생 희생하는 ‘어머니’ 역을 맡은 손숙 두 배우는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깊은 연기를 펼친다. ‘아들’ 역은 섬세한 감정 연기가 일품인 조달환이 맡았다. 서은경이 ‘며느리’, 최명경이 이웃집 ‘정씨 아저씨’로 나선다.

2013년 신구와 손숙과 함께 초연된 이 작품은 연극계 두 거장의 뜨거운 연기 덕분에 전회 매진기록을 세웠다. 이듬해 앙코르 공연까지 이어갔다. 2016년 차범석 선생 타계 10주기를 맞아 추모 공연으로 다시 한번 무대에 올랐다. 이번이 네 번째 공연이다.

연기 인생 도합 115년인 신구와 손숙은 여러 차례 연기한 작품이지만 연습실에 가면 새 작품 같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이 연극을 익어가는 작품이라고 표현한 손숙은 “이전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을 찾아내고 보완하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 예로 극 중 미국에 있는 형한테 전화하는 작은아들을 어머니 홍매가 혼내는 장면을 꼽았다. 그는 “큰아들은 좋은 학교 나와서 좋은 데 취직해 미국에 가 있다. 둘째는 제대로 공부도 안 하고 늘 툴툴거리지만, 임종까지 모신다”며 “둘째가 형한테 전화해서 ‘언제 올 거냐’고 하니까 ‘다음 달에 온다’고 대답한다. 이를 들은 어머니는 둘째를 혼내지만 사실은 첫째에 대한 서운함이 크다. 이번에 절절히 와 닿았다”고 밝혔다.

두 거장은 서로에게 존경심을 표했다. 신구는 “배우 손숙은 연극 대하는 자세가 누구 못지않다”고 평가했다. 이에 손숙은 “신구 선생님은 연습에 들어가면 다른 일은 하나도 안 하시고 집중한다”며 “눈빛만 봐도 편안해지고 신뢰가 간다”고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간암으로 죽는 아버지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신구는 80세가 넘은 나이에도 체중을 빼고 있다. 대본을 외우는 것도 거장답다.

손숙은 “보통 대본을 읽어보는 리딩 작업 후 무대에서 10일 정도 연습해야 대본을 안 보고 한다”며 “신구 선생님은 무대 연습이 시작되는 첫날 딱 대본을 놓는다. 나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치켜세웠다.

연극을 통해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느끼는 희열과 매력은 다른 매체가 따라갈 수 없다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 특히 이번 작품은 이런 매력을 관객들이 확인할 수 있는 연극이라고 했다.

손숙은 “불편하다고 외면할 수 없는 가족 이야기를 담은 연극”이라며 “내가 연극 속 상황에 부닥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감동과 카타르시스 그리고 희망이 다 들어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봐야 하는 이유를 묻자 신구는 특유의 재치 있는 답변을 내놨다. “안 보면 자기들 손해지 뭐.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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