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0일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94-3번지 일대 ‘3.1 독립선언광장’ 전경.[사진 = 김재환 기자]
“이게 문화재라고요? 공사가 덜 끝난 줄 알았어요”(72세 박모씨). “저 방금 여기(기둥)에 담배꽁초도 버렸는데...”(25세 윤모씨). “광장에 담긴 의미를 알기 어렵긴 하죠. 그런데 안내판이 광장 안에 있으면 미관을 해칠 수 있다 보니...”(서울시 관계자)
서울시가 예산 20억원을 들여 조성한 ‘3.1운동 100주념 기념광장’이 홍보·안내 부족으로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행인들은 기념 광장은 커녕 문화재란 사실조차 모르고 지나기 일쑤다.
지난 8월부터 서울시가 예산 20억원을 들여 조성한 이 광장은 지난 1919년 3월1일 민족대표 33인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장소를 기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한 볼라드 설치만 남긴 상태다.
서울시에 따르면 광장 내부에는 국내외 독립운동을 상징하는 백두산과 한라산, 베이징, 오키나와 등 10개지역에서 가져온 자연석과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330개의 조명이 설치돼 있다.
또 민족의 기상과 공동체 의식을 기린 소나무 세 그루와 느티나무 한 그루, 1945년 광복 및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의 거리(2464리)를 기린 수로를 450mm 넓이로 24.64미터 길이로 팠다.
문제는 광장에 이런 의미를 안내하는 표지판이 단 하나도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장에 키오스크(무인 정보안내시스템)이 있다”며 “3월까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키오스크는 광장 내부가 아니라 구석진 외벽을 등지고 서 있다. 서울시 관계자 설명을 듣고도 광장 외부를 한 바퀴 돌고서야 발견할 수 있었던 위치다.

3.1 독립선언광장 외벽에 마련된 키오스크. 3월 중 가동될 예정이다. [사진 = 김재환 기자]
지난달 14일부터 이날까지 총 세 차례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3.1운동 기념광장 취지를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광장 입구에서 ‘3.1운동 독립선언광장’ 표지를 보던 50대 A씨는 “(광장 상징물 설명을 듣고) 그런 거면 (상징물마다) 안내문이라도 써 붙어야 알지, 누가 알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광장을 지나 출퇴근하는 30대 B씨는 “작년에 공사할 때부터 봤는데 3.1운동 광장인 줄 이제야 알았다”며 “(옛 조선총독부 건물) 저 기둥을 저렇게 내버려 두면 훼손될 것 같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옛 조선총독부 건물 기둥에 누군가 먹은 음식물과 쓰레기가 놓여 있다.[사진 = 김재환 기자]
서울시는 문화재 조성 취지를 시민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유적지 탐방코스를 짜고 각종 체험행사와 공연을 여는 등의 적극적인 홍보에 나설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까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공간이었고, 뜻깊은 사업으로 탄생한 공간이기에 행사와 홍보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며 “3월에 정식 개장한 이후 3.1운동의 최초 발상지로 많은 사람들이 알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외벽 마감을 마치지 못했는데 광장을 설명하는 문구를 넣을 계획이다. 키오스크는 배선문제로 내부에 둘 수 없지만, 인사동 방향에서 오는 시민들은 충분히 볼 수 있는 위치”라고 부연했다.

3.1 독립선언광장에 조성된 공원 중 일부. 조성 계획도를 참고하면 백두산과 한라산 등지에서 공수한 자연석으로 추정된다.[사진 = 김재환 기자]

3.1 독립기념광장 조성 계획도.[자료 = 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