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해말 1600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빨라 가계의 빚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현재 가계신용은 1572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늘었다. 가계신용이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가정하면 지난달 말 이미 1600조원을 넘어섰을 가능성이 높다.
가계와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빚 합계는 이미 2000조원을 넘어섰다. 자영업자의 차입금 증가폭이 특히 두드러졌다. 작년 9월 말 가계신용(가계 대출 및 판매신용 등)과 자영업자 대출을 합한 금액은 2011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가계신용 증가분(28조8000억원)에서 자영업자인 개인사업자 대출(개인사업자 대출 차주가 빌린 가계대출 포함) 증가분이 절반을 넘는 56.6%를 차지했다.
가계부채 증가보다 더 큰 문제는 가계부채가 명목경제성장률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는 데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말 한국의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2.9%다. 이 비율은 43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여덟번 째로 높다.
지난 1년간 가계부채 비율 상승 속도는 한국이 전 세계 최상위권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상승폭은 2.6%포인트로, 홍콩(4.3%포인트)과 중국(3.9%포인트)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2010년 3분기 이후 9년 동안 경제 규모가 커지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늘어났다.
2010년 2분기만 해도 한국의 가계부채는 1년 전보다 9.1% 늘어나 증가폭이 명목 경제 성장률(10.6%·전년 동기 대비)을 밑돌았다. 이후 2010년 3분기 가계부채가 9.7% 늘어나며 명목 성장률(8.3%)을 앞지르더니 올해 2분기까지 36분기 연속으로 가계 빚 증가세가 성장률을 웃도는 상황이 이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2017년 이후에는 정부의 부동산 안정 대책의 하나인 대출 규제 강화로 가계부채 증가 속도 자체는 낮아지고 있지만, 저물가·저성장으로 인해 성장률을 웃도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명목 성장률, 가계소득 증가율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