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1차 무역합의 서명… 원화 강세로 이어질 전망

2020-01-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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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분쟁 민감 반응… 원화 가치 저평가

훈풍 분 위안화와 연동… 수요 늘어날 듯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협상 합의문'에 서명하면서 무역전쟁이 18개월 만에 공식 휴전에 들어갔다. 경제규모 1·2위 국가의 '화해 제스처'에 원·달러 환율은 한동안 내림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4.1원 오른 달러당 1161.1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무역합의 기대감이 선반영되면서 위험선호 심리가 제한됐고, 17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대기 속 관망세가 짙어진 영향이다.

그러나 미국이 무역협상의 일환으로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을 해제한 데 이어 미·중 1차 무역합의 서명까지 마치면서 당분간 약달러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이머징 통화와 비교하면 원화가 특히 강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원화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왔다고 봤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주요 교역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원화 가치를 지탱하기 위해 지난해 상반기 외환을 순매도했지만 지난해 원화 가치는 미국 달러화 대비 3.7% 하락했다.

원화가 다른 통화보다 미·중 무역분쟁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만큼 당초 예상했던 속도나 강도에 비해 더 큰 폭의 원화 강세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위안화와 연동돼 있다는 점에서도 원·달러 환율은 추가적인 내림세를 보일 수 있다. 미국과 중국 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14일 위안화 고시환율은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 만에 달러당 6위안대로 내려갔다.

여기에 원화가 중국 위안화에 대한 프록시 통화 성격을 갖고 있어 강세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양국의 무역합의로 위안화 약세가 진정되면서 원화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것이다.

다만, 환율의 하락폭 자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추가 대중(對中) 관세 조치는 없지만, 당초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던 25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의 관세를 유지하면서 여전히 양국의 '불씨'가 남아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대신증권 공동락 연구원은 "원화는 여전히 글로벌 경제 전반의 펀더멘털 여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격이 유지되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합의와 같은 환율 동향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벤트가 발생한 만큼 환율 전망의 하향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류허 중국 부총리(오른쪽)가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서명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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