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지주사들이 브랜드 로얄티와 자회사 배당수익을 기반으로 매출을 올리는 데 반해 롯데지주만 특이하게 경영자문료 수익을 따로 챙기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같은 배당 외 수익이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대다수 대기업 지주사 사익편취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롯데지주는 순수지주사다. 순수지주사는 어떠한 사업활동도 하지 않고 다른 회사 주식을 소유하며 지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자회사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경영평가·업무지원·브랜드 라이선스 관리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지주는 2017년 10월 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롯데쇼핑 분할합병을 통해 설립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등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지주 주 수입원은 배당금·브랜드 수수료 등이다. 브랜드 수수료는 각 회사 매출액에서 광고선전비를 제외한 금액의 0.15% 수준이다. 롯데지주는 자회사와 기타 투자회사의 배당수익·브랜드 수수료·임대수익 등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롯데지주는 36개 대기업군들 중 1년간 상표권 사용료 수취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그룹에 지난해 이름을 올렸다.
2018년 별도기준 롯데지주 매출은 2629억원이다. 이 중 매출의 40%가량인 1040억원이 브랜드수수료다. 전년(240억원) 보다 약 3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배당금은 948억원(35%), 경영지원수수료 486억원, 임대수익 129억원으로 대폭 상승했다. 지난해 공통시스템수익 25억, 배당수익 948억원 등까지 새롭게 챙겼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경영지원수수료다. 2017년 59억원인 경영지원수수료는 2018년 486억원으로 8배가 넘게 늘어났다. 이는 2018년 전체 매출 중 18.5%를 차지하는 적잖은 수준이다.
경영지원수수료는 각 계열사들이 자금 조달 등에 대한 솔루션이 필요할 때 지주에 문의하고 지주는 이에 대한 해답을 주는 대가로 취하는 비용이다. 비정기적이면서도 정확한 산정 기준이 없는 만큼 예상하기 어려운 수익이다.
금액은 지주가 결정하는대로 따르고 어느 계열사가 얼마를 냈는지 알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지주가 필요할 때마다 챙길 수 있는 수익이라 지적받고 있다.
더욱이 타 그룹 순수지수사 매출구성이 브랜드 사용료·배당금·임대수익이 전부인 것과 달리 롯데지주만 특별히 받고 있어 눈에 띈다.
재계 관계자는 “다른 그룹의 순수지주사와 비교했을 때 롯데지주 계열사는 상대적으로 매출 규모가 작다”며 “명분을 만들어 매출 규모를 늘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말했다.
롯데지주는 경영지원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등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배부기준에 따라 배분할 금액에 5%를 가산한 금액으로 책정하고 있다. 컨설팅 등 경영지원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대부분 용역비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지주회사가 수취하는 각종 자문과 용역 수수료는 경쟁입찰이 아닌 계열사 간 수의계약 방식을 취함에 따라 다른 계열사 주주에게 돌아갈 이익을 편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지주회사가 다른 기업집단과 계약을 통해 수익을 얻는 구조가 아니라 내부 계열사에 필요한 IT·경영지원 등 용역을 임의로 독점하면 이 또한 심각한 일감몰아주기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공정거래위 관계자는 “지주회사가 자회사 배당이 아닌 상표권 사용료·경영자문수수료·부동산 임대료 등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은 지배구조 개선 취지와 어긋난다”면서 “올해부터 총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은 지주회사와 자·손자·종속회사 간 경영자문과 부동산임대차 거래현황을 공시하도록 개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