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상철 기자]
예컨대, 중기부가 매년 1회 발표하는 ‘벤처기업 정밀실태조사’는 일반적인 통계 비교 방식을 따르지 않아 혼란을 가중시키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통상 연간 통계는 바로 전년도와 비교해 증감을 따진다. 수출이나 경제성장률 같은 수치도 모두 1년 전보다 늘었는지 줄었는지를 비교한다. 그런데 중기부의 해당 통계는 ‘1년 전’과 비교하는 시계열(시간 경과에 따라 연속적으로 관측된 값)을 따르지 않는다. 자체적으로 ‘2년치 값’을 조사해 비교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벤처기업 정밀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18년 기준 국내 벤처기업 평균 매출액은 시계열 자료인 전년도와 비교해 16.9% 감소했지만, 자체 조사한 2년치 결과를 비교해 ‘7.9% 증가’라는 값을 내놨다. 2년치 값을 비교한 덕에 ‘감소’가 ‘증가’로 보이는 현상이 발생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의 말과 달리, 중기부가 정례적으로 발표하는 벤처투자동향과 창업기업동향, 신설법인동향 등은 모두 1년 전과 비교한다. 유독 벤처기업 정밀실태조사만 이질적인 방식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중기부 ‘통계의 함정’은 이번 사례만 있는 게 아니다. 지난해 발표된 창업·벤처 정책인식 실태조사는 긍정과 부정으로 나뉜 답변 항목 4개 중 3개를 묶어 ‘긍정’으로 해석한 뒤 “정책적인 성과가 있다”고 했다.
통상 설문조사는 5개 답변(긍정 2개, 보통 1개, 부정 2개)으로 구성한다. 4개 항목이라면 긍정과 부정을 각각 2개씩 나누는 게 일반적이다.
조사 결과를 본 경제 전문가들은 "왜 이렇게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혀를 찼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정부가 조사 결과를 곡해(사실을 옳지 않게 해석함)하면 안된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중소기업 수출동향 통계에서는 반기 실적과 분기 실적을 뒤섞어 놓아 증감률이 뒤바뀌기도 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이종배 의원은 “최근 중기부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수치가 제각각인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라며, 어떻게 중기부 통계자료를 믿고 기사를 쓰겠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런 지적에도 중기부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시각으로 해석하는 것도 모자라 ‘잘못이 없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공정하고 효율적인 예산 집행을 위해서는 정확한 통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는 해당 산업과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기준점이다. 감소하면 진흥 방안을, 증가하면 안정적인 안착 방안을 마련하는 근거이기 때문에 정책 설계에 주효한 자료로서 가치를 지닌다.
통계를 대하는 중기부 공무원들의 안일한 태도로 14조원 규모의 혈세를 낭비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