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에는 ‘충성’이라는 낱말을 쓰지 않는 거에요." - 강효백
"오 ‘자유’의 땅, 용감한 자들의 고향에서!" -미국 국가 <별이 빛나는 깃발> 가사 중에서
"독립과 ‘자유’는 우리의 영혼에 새겨져 있노라." - 이란 국가 <이슬람 공화국> 가사 중에서
◆미국과 이란의 국가 가사에도 ‘충성’은 없고 ‘자유’ 만 있다
193개 유엔회원국 국가 가사에 제일 많이 나오는 추상명사 낱말은 ‘자유(自由 free, freedom)'다.
국가의 제목이 곧 ‘자유’ 인 나라는 기니와 조지아, 두 나라다. 국가 제목에 자유라는 단어가 들어간 나라는 그리스(자유의 찬가), 사모아(자유의 깃발), 스웨덴(유구한 그대, 자유로운 그대), 카보베르데(자유의 찬가), 페루(우리는 자유다), 트리니다드토바고(자유의 사랑으로 나아가리) 등 6개국이다.
미국의 국가 <별이 빛나는 깃발> 5개절 말미마다 “오 자유의 땅, 용감한 자들의 고향에서!(O’er the land of the free and the home of the brave)”에서 ‘자유’가 나오고, 여기에다 4, 5절에 ‘자유’가 각각 1회씩, ‘자유’가 모두 7차례 등장한다.
지금 미국과의 전면전 일보 직전에 놓인 이란의 국가 <이슬람 공화국>엔 “독립과 자유는 우리의 영혼에 새겨져 있노라(Independence, freedom, is imprinted on our souls)"에도 독립과 함께 ‘자유’가 나온다. 러시아의 국가 <러시아 연방찬가>의 후렴 맨 앞구절에도 "찬양하라, 우리의 자유로운 조국을"이라는 문구가 3회나 반복된다.
미국과 이란 러시아처럼 국가 가사에 ‘자유’ 라는 낱말이 1절(대다수 1절의 첫소절)과 후렴에 나오는 주요국은 다음과 같다.
독일: 조국 독일에 권리와 자유
프랑스: 자유여, 사랑하는 자유여, 그대의 수호자와 함께 싸우라!
캐나다 : 강하고 자유로운 진정한 북녘의 나라!
호주 :우리의 젊고 자유로움을 위해
인도네시아: 위대한 인도네시아, 자유! 독립!
남아공 :자유를 위해 살며 투쟁하리라 우리의 땅 남아프리카에서
브라질: 하늘에서부터 눈부신 자유의 빛!
아르헨티나:시민들이여 들어라, 신성한 외침을 "자유!, 자유!, 자유!”(자유 10회)
나이지리아 :평화롭고 단합된 자유의 조국으로 전진해나가자.
네팔 : 용감한 자들의 피로부터 이 나라는 자유롭고 흔들리지 않는다
라오스: 민중은 라오스의 독립과 자유를 드높이라
룩셈부르크 : 이 자유의 광채가 우리에게 영원히 빛나게 하소서!
몽골 : 몽골의 용맹스런 국민들은 자유와 권리를 기원하나니
벨기에 : 불멸의 표어를 갖게 되리라 "국왕, 법률, 자유여!“
스위스 : 기도하라, 자유로운 스위스인이여, 기도하라
네덜란드 :나는 자유롭고 두려워하지 않는
아일랜드 : 자유를 맹세하였으니, 독재자도 노예도 두지 않으리
오스트리아 : 자유와 경건함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의 근면과 희망을 보아라.
칠레: 자유인의 무덤이 되리라! 아니면 탄압받는 자들의 피난처가 되리라!
콩고 : 우리 모두 함께 자유의 노래에 도취하자
파라과이 : 우리의 영혼은 자유를 주었도다.
필리핀 : 나의 자유의 노래는 울려 퍼지리 승리로 이끄는 우리의 국기
2015년 스위스는 기존 국가의 “기도하라, 자유로운 스위스인이여, 기도하라(Betet, freie Schweizer, betet)"는 문구에 '자유'라는 단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유’가 부족하다며 새 국가를 위한 가사 경연대회를 열었다. 가사에는 스위스 헌법 서문의 자유, 민주주의, 연대, 세계에 대한 개방 미래 세대를 향한 책임을 담을 것을 요구했다. 모두 208편 새국가 가사 응모작 중에서 예선 본선 결승을 통해 최종 당선작이 선정되었다. 현재 스위스 연방의회에 계류되어 있는 그 새로운 스위스 국가 가사엔 ‘자유’ 가 3차례 나온다.
◆‘자유’없이 ‘충성’만 노래하는 동서고금 유일 애국가
193개 유엔회원국 국가 가사에 제일 적게 나오는 추상명사는 ‘충성’(loyalty)이다.
‘충성’ 이란 낱말이 나오는 국가는 지구상에 한국의 <애국가> 와 네덜란드의 <빌렘의 노래> , 나미비아의 ‘<용감한 나라> 셋 뿐이다. 16세기 후반 절대군주시대에 작사되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가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빌렘의 노래>에는 ‘자유’와 ‘충성’이 각각 1회씩, 아프리카의 신생독립국 나미비아의 <용감한 나라>에는 ‘자유’ 3회와 ‘충성’ 1회가 나온다.
<빌렘의 국가> 1560년대 작사
나사우의 빌럼
네덜란드인의 피를 타고 난 나는,
조국에 충성을 다하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올랜드 공으로서 나는 자유롭고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미비아, 용감한 나라> 1990년 작사
용감한 나라, 나미비아여!
자유를 위한 싸움은 우리가 이겼도다!
그들의 용감한 영광으로
누군가의 피와 물이 우리의 자유이리라!
우리는 나의 사랑과 충성을 주었도다!
함께 화합하여, 아름다운 나미비아를 만들자!
우리나라, 나미비아여, 사랑스런 사바나의 땅으로,
자유의 깃발을 높이 내걸자
그런데 유엔회원국 국가 중 ‘자유’ 없이 ‘충성’ 이란 낱말만 나오는 국가는 한국의 <애국가>가 유일하다. 심지어 북한의 국가 <애국가>에도 충성이란 낱말이 나오지 않는다.
비단 193개 유엔회원국 국가만이 아니다. 이미 망해 없어진 만주괴뢰국 국가의 <만주건국가>, 일제 사실상의 국가였던 <애국행진곡>조차도 ‘충성’이란 단어는 단 1회도 나오지 않는다.
군주국과 공화국, 민주정과 독재정, 주권국가와 괴뢰국가, 유엔회원국과 비회원국, 현존국가와 이미 망한 나라, 명목상 국가와 사실상 국가 가릴 것 없이 ‘자유’없이 ‘충성’ 단어가 나오는 세계인류 역사상 유일무이한 국가는 <애국가> 단 하나뿐이다.
국가(國歌)의 본질은 국가 찬가이기에 어느 정도의 국가주의는 용인할 수 있다. 그러나 ‘충성’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나라사랑 단어가 아니다. 상명하복 16세기 절대주의 봉건국가때나 사용되던 아주 노골적이고 천박하고 추악한 군국주의 망령이 깃든 용어다.
◆최악의 위헌 가사 애국가 4절 가사
대한민국 헌법에는 ‘자유’ 22회, ‘민주’ 11회 나오는 반면, ‘충성’이란 단어는 반개도 나오지 않는다. 자국의 헌법에 가장 많이 나오는 추상명사 ‘자유’ (22회)는 단 한자도 없고 헌법에 단 한자도 없는 추상명사 '충성'만 있는 게 바로 우리나라 <애국가>다.
괴로우나’가 ‘즐거우나’ 앞에 나오는 이 가사는 비극의 일상화의 고난을 감수함을 강조하는 일본 사무라이 정신과 일본인의 사고관을 대변해주고 있다. 이는 ‘괴로워도 즐겁게’ 또는 ‘즐거우나 괴로우나’ 즉 ‘즐거움’이 ‘괴로움’보다 먼저 나오는 한국인의 일반적 표현과 배치된다.
무엇보다 이 애국가 4절 가사는 국가에 대한 국민의 일방적 충성을 강요하는 군국주의 파시즘적 색채가 짙다. 일본처럼 왕이 다스리는 군주국 아닌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 나오는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위반의 소지가 강하다.
국가에 국민의 일방적 충성을 요구하는 애국가 4절은 자유민주 헌법정신에 배치되고 ‘나라 사랑하세’의 사랑의 대상 ‘나라’도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다.
다시 말해 애국가 4절의 충성은 한국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식민지와 황국신민으로서 일본과 일왕에 대한 충성을 의미한다. 이는 마치 <콩쥐 팥쥐>에서 못된 계모(일제)가 콩쥐(식민지 한국)에게 효도(충성)를 윽박지르는 거와 같다.
현대국가의 존재의의는 국민의 정의로운 자유를 최대한 증진하는 것이지 국민의 국가에 대한 충성을 요구하는 건 결코 아니다. 설령 충성의 대상이 한국이라도 '충성'을 애국가에 담는 것은 자유민주헌법정신 위반이다. 퇴출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