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의 역설?...'재건축 투기 막자'는 '재초환 부담 경감'

2020-01-0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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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는 오르고 분양가는 낮아져...일정 차액에 부과되는 환수이익은 줄어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재건축 추진 단지간 희비가 엇갈린다. 지난해 말 공시가격 현실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등 잇단 규제가 나온 데다, 헌법재판소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법률에 대한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다. 

안전진단이나 정비구역 지정·정비계획 수립 단계에 있는 재건축 초기 단지들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게 될 전망이다. 반면 이미 추진위원회(추진위)가 설립된 단지들은 재초환을 포함한 트리플 규제 폭탄을 떠안게 됐다.

2일 서울시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진행 초기 단지들은 공시가격 현실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 등에 따라 재초환 규제의 부담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재초환은 준공인가일 조합원 주택 공시가격(일반분양가 포함)에서 추진위 설립 승인일 기준 공시가격(정상 주택가격 상승분·개발비용 포함)을 뺀 초과이익을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이다. 일반분양가가 낮아지고, 추진위 설립 승인일 기준 공시가격이 높을 수록 차액이 줄어드는 구조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16~17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2020년 부동산 가격공시 및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방안' 등 규제책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 지역을 대폭 늘리고 2020년 공시가격을 결정할 때 올해 시세 변동분을 충분히 반영하기로 했다.

서울시 주택건축본부 공동주택과 관계자는 "재건축 초기 단지라고 해서 초과이익환수 적용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많은 금액 차를 피해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안전진단 단계를 밟고 있는 재건축 초기 단지들은 "재초환에 대한 걱정은 일절 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재건축 모임'(올재모) 관계자는 "우리 같은 재건축 초기 단지는 공시가격이 현실화되면 될수록 재초환이 무력화된다"며 "분양가 상한제는 재건축이 본격화한 단지에 적용되는 것이고 아직 우리에겐 먼 얘기"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는 지난해 말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아 사업에 제동이 걸린 바 있다. 올재모 측은 송파구청과 안전진단 용역업체를 대상으로 소송을 걸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안전진단을 재신청하는 편이 낫다고 보고 있다.

올재모 관계자는 "송파구청 측에서 용역 연기를 달갑지 않게 여겨 용역 완료 처리를 했다"며 "상반기 내로 안전진단 재신청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재건축 초기 단지가 밀집해 있는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에서도 이와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목동6단지 재건축 추진 준비 위원회' 관계자는 "추진위 구성까지는 2년 정도 남아 있는 상태"라며 "공시가격이 시가의 50%에도 미치지 못할 때 추진위를 설립한 단지들은 고민이 많겠지만, 현재는 공시가격 현실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우리 단지는 재초환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1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목동6단지는 2차 정밀안전진단인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적정성 검토는 최소 60일~최대 90일이 소요된다. 정밀안전진단이 마무리되면 정비구역 지정, 정비계획 수립 단계를 밟게 되는데, 통상 1~2년가량이 걸린다.

재산세를 더 내더라도 공시가격이 오르는 게 낫다는 판단은 이전에도 있었다. 재작년 서울 광진구 '워커힐아파트' 주민들은 한국감정원에 '공시가격을 올려달라'며 집단행동에 나선 바 있다. 추진위 설립을 앞둔 상황에서 공시가격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재초환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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