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채권시장] 금리인하에 회사채 발행 역대 최대

2019-12-3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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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7ㆍ10월 인하로 역대 최저 수준

올 최대 빅이슈어 SK, 총 8.4조 발행

[사진=게티이미지 제공]
 

[데일리동방] 올해 채권시장 최대 이슈는 두 차례에 걸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인하였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하를 논하기에 이르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그러나 채권시장이 한은보다 앞서 나가면서 가파른 금리 하락세가 나타났고 경기 둔화 압력에 한은은 결국 입장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패권전쟁 양상이 더욱 짙어진 미·중 무역분쟁과 하반기 시장참가자들을 괴롭힌 채권 수급 우려도 올해 시장의 주요 이슈였다.
회사채도 ‘연초 특수’란 말이 무색한 한 해였다. 발행시장은 연초부터 상하반기를 가리지 않고 물량이 쏟아졌다. 이는 국내외 기준금리 인하 기류가 기업의 조달 행렬을 대거 유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 한은, 2차례 기준금리 인하

한국은행은 올해 7월과 10월 기준금리를 각각 25bp씩 두 차례 인하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연1.25%라는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금리 인하의 시작은 지난 6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창립 기념사였다. 각종 공식 석상에서 인하를 고려할 단계를 아니라고 선을 긋던 이 총재는 6월 12일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사에서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 하겠다"고 말해 변화의 신호를 줬다.

이후 한은은 7월과 10월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다만 이를 이미 반영했던 국고채 금리는 8월부터 급등세를 나타내 기준금리와 시중금리 움직임이 엇갈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 한·일 무역갈등, 잠시 수면 아래로

지난 7월 일본이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에 대한 대(對)한국 수출 규제를 발표하면서 한일 무역분쟁이 촉발됐다.

이후 한국과 일본은 서로를 수출 우대 국가 목록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등 대립각을 세웠다. 한국 정부가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종료하겠다는 방침으로 대응하면서 미국까지 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채권시장은 애초 한일 무역분쟁을 금리 수준에 반영하기도 했다. 다만 국내 업체의 대처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허용 등의 조치로 가시적인 충격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한일 경제 갈등 이슈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습이다.

◆ 하반기 쏟아진 수급 악재…금리급등 '악몽'

올해 상반기 금리 하락세를 즐긴 채권시장은 8월 중순 이후 나타난 금리 급등세에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지난 8월에 나온 정부의 내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적자국채 발행 규모는 60조2000억원으로 올해 33조8000억원에서 26조4000억원이나 늘었다. 여기에 정부가 9월 출시한 20조원 규모의 서민형 안심전환대출도 주택저당채권(MBS) 형태로 12월부터 시장에 풀린다.

외국인은 지난 8월 이후 국채선물 누적 순매수 규모를 크게 줄이면서 매도세를 강화했다. 외국인의 매도세는 시장참가자들이 매수 레벨로 생각하는 수준까지 금리가 상승한 뒤에도 이어져 시장참가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 저성장·저물가에 'R·D의 공포'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월 제시한 2.9%에서 올해 11월 2.0%로 꾸준히 내렸다. 2.0% 전망도 정부가 재정 집행률을 연말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는 가정에 기초하고 있어 1%대 성장률이 나오더라도 놀랍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2% 미만의 성장률을 기록한 사례는 흉작을 기록한 1956년, 2차 석유 파동 당시인 1980년,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등 역대 4번밖에 없었다. 또 과거와 비교하면 올해의 낮은 성장률은 경제위기 없이 나타났기 때문에 구조적인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디플레이션 논란도 올해 채권시장 이슈였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8월과 9월 사상 최초로 전년대비 마이너스(-)를 나타냈고,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0월 사상 최저인 1.7%까지 떨어졌다.

3분기 GDP디플레이터는 전년 동기대비 1.6% 하락해 20년 만에 최저치다. 다만 한은은 내년 성장률과 물가가 각각 2.3%, 1.0%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며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 우려에 선을 그었다.

◆ 뜨거웠던 회사채시장

2019년 회사채시장만큼은 상하반기를 가리지 않고 고루 물량이 쏟아졌다. 특히 10월에는 역대 월별 최대 물량인 10조원에 가까운 물량을 쏟아냈다. 7월 물량 역시 1월과 2월 물량을 추월했다.

하반기 국내외 기준금리 인하 기류가 기업의 조달 행렬을 대거 유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초만 해도 금리 향방에 대한 예측이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안개가 걷히면서 이슈어들이 대거 등장했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 쏠린 점도 수급 안정에 기여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일반 회사채(SB) 발행 물량은 이달 5일 기준 61조7700억원에 이른다. 연간 최대 물량을 기록한 지난해(52조1260억원)는 물론 역대 최대 규모를 갈아치운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5년(33조6360억원)을 저점으로 매년 급증했다. 당시 대비 두 배 커졌다.

회사채 발행시장은 일반적으로 연초 물량이 쏟아진다. 기관투자자들이 새로 지갑을 열기 시작하는 등 수요가 풍부한 것에 더해 신년에 맞춰 대기업들이 자금 확보에 나서는 등 수요와 공급이 가장 활발한 시기다. 매년 1, 2월 발행 물량은 연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반기(33조9600억원)와 하반기(27조8100억원) 쉼없이 회사채 물량이 시장에 나왔다. 특히 10월의 경우 조달 물량은 역대 최대 발행량(9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반기보고서(8월) 및 이른 추석 연휴(9월) 여파에 따른 영향이 컸다.

7월과 10월을 중심으로 물량이 폭발한 배경은 하반기 국내외 기준금리 하락이 결정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한국 모두 두 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내리면서 유통금리 역시 더욱 내려갔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기존 조달 비용을 더욱 절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았다.

하반기 주식·부동산시장이 침체기를 겪으면서 반사 효과도 있었다.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채권으로 유동성이 대거 흡수됐다. 기준금리 하락 후 변동성이 커지면서 A급 이하 중심으로 수급이 흔들리긴 했지만 시 압도적 비중의 AA급 이슈어들은 거침이 없었다.

올해 최대 빅이슈어 그룹은 이변 없이 SK였다. SK그룹은 상반기 발행액만 5조원을 넘겼다. SK그룹의 올 상반기 회사채 발행 규모는 5조14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3조7710억원과 비교해 1조5000억원 넘게 늘었다. 올 한 해 전체로도 회사채시장에서 8조4350억원 규모의 자금을 끌어 들였다. 이는 지난해(7조원) 보다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SK그룹은 2014년 이후 매년 최대 빅이슈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규모 역시 매년 늘고 있다. 이는 최태원 회장 복귀 이후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이 이뤄지면서 자금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내년 역시 톱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도래하는 만기 회사채만 4조원이 넘는다. 계열사마다 투자가 지속되고 있어 발행액은 만기도래분을 훌쩍 뛰어 넘을 전망이다.

두 번째로 회사채 발행이 가장 많았던 그룹은 LG다. LG그룹 내 계열사가 올해 회사채시장에서 조달한 규모는 3조4300억원으로 SK그룹과의 격차는 무려 5조원이 넘는다.

2020년은 회사채 발행이 올해보다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올해는 발행사 10여 곳이 회사채 시장에 데뷔했지만 내년 회사채시장에 데뷔할 발행사도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투자은행(IB)업계는 올해 워낙 순발행 규모도 많았고 만기도 기존보다 늘렸기 때문에 발행사들이 만기를 대응할 여력이 커졌다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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