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2020 한국 경제 견인 쌍두마차,‘수출 회복·혁신 작동’

2019-12-26 15:50
  • 글자크기 설정

- 내년이 한국 경제의 분수령, 수출과 혁신이 획기적으로 부활해야 반전(反轉) -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또 한 해가 저문다. 새해는 벌써 턱 앞에 와 있기도 하다. 돌이켜보니 올 한 해 한국 경제는 최악이었다. 수출은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이후 10년 만에 두 자리 수의 감소율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출이 부진하면 시중에 돈이 돌지 않아 내수 부진으로 연결된다. 수출과 내수의 동반 감소라는 이중고로 경제성장률 또한 경제위기 이후 최저치인 2% 턱걸이가 가능할지 관심을 끈다. 2%를 넘든 넘지 못하든 그보다도 한국 경제가 처한 현실과 장래가 매우 부정적이라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의 경제 전문가들의 평가는 갈수록 냉혹해지고 있다. 이러한 가혹한 평가의 배경에는 경쟁국에 비해 한국 경제의 현상이나 대응 능력이 열세라고 보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단 우리가 받아든 금년도 경제 성적표를 보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주요 경쟁국 대비 수출의 양과 질이 극명하게 떨어진다. 미·중 무역 전쟁이라는 악재가 있었다고 하지만 고래 싸움에 우리가 가장 악영향을 많이 받은 새우가 되었다는 점이 특히 아쉽다. 미국 등 주력 시장에서 누릴 수 있었던 반사이익도 거의 챙기지 못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중국 시장에 대한 수출은 급감하여 수입시장 1위 자리마저 일본과 대만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신(新)남방 시장 개척도 지지부진하다. 저가 중국 상품의 파상 공세로 동남아나 인도 시장에서마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고 있는 모양새다.

내년에는 수출이 다소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년에 워낙 감소 폭이 크다보니 내년에는 기저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모두가 예측한다. 그러나 수출이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은 주력 시장에 대한 수출 활동이 정상적으로 회복되어야 한다. 중국 시장은 사드 보복 이전의 상태로 복원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부진한 중국 수출을 단번에 만회하긴 어렵지만 경쟁국 상품에 비해 불이익을 받는 것은 최소한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일본 시장도 원래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 베트남이 일본보다 더 큰 수출시장이 되고 있다고 희희낙락할 일이 아니다. 미국이나 유럽 시장은 강자들의 싸움에서 생겨나는 배후 틈새시장을 효과적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중국과 일본은 제조업 가치사슬 중심 경쟁 치열, 승자 DNA 확보하지 않으면 패퇴 불가피

둘째는 신흥시장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다. 동남아나 인도 같은 시장에서 승기를 잡으려고 무모하게 과거의 잣대로 덤비면 패배자가 될 확률이 높다. 경쟁 상대인 일본과 중국은 우리보다 훨씬 고도의 전술로 정중앙을 노린다. 우리같이 편중되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공략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산업·상품·서비스 시장 별로 허브와 주변부를 만들어 전체 시장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반도체 수출 회복도 중요하지만 중견·중소 기업의 수출이 본래의 궤도로 올라와야 한다. 자동차부품, 전기·전자, 기계, 화장품 등 소비재 등의 수출 증가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플랜트, 콘텐츠, 스타트업 등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전체 수출을 견인할 수 있는 일대 분위기 반전이 중요하다.

수출 다음으로 한국 경제가 살아나기 위한 동력 요소로는 제대로 된 혁신의 작동이다. 무늬만 혁신을 한다고 온갖 구호만 요란하지 현실은 이와 정확하게 반대로 굴러간다. 혁신의 아이콘인 젊은이들의 사고와 행동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도무지 혁신에 대한 개념이나 가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없다. 정부가 이들을 혁신의 현장으로 유도하는 것은 차치하고 돈이나 보태주면서 경제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공무원 시험 준비에 매진하도록 강요한다. 기업이나 인재 혹은 아이디어는 규제에 묶여 출구를 찾지 못하고 해외로 도는 등 남 좋은 일만 시킨다. 전 세계가 스타트업에 열중하고 유니콘을 만들기 위해 분주한데 이런 현장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냥 하루하루 연명하거나 양지만을 찾는 기회주의자만 양산한다.

이런 사회 분위기로 날로 격화되고 있는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이기려고 마음먹는 그 자체가 모순이고 허영이다. 중국은 일본을 추월하는 제조업 중심 국가가 되려고 국가와 기업이 팔을 걷어 부치고 있다. 일본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강점 혹은 장점을 다시 추스르면서 제2의 부흥을 노린다. 미국은 중국, 일본, 유럽 등을 괄목상대하면서 1등자리 고수를 위해 고삐를 당긴다. 기존 지역, 국가, 기업집단 등을 중심으로 엮여져 있는 글로벌 가치사슬이 급격하게 바뀌면서 시장의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경쟁자의 유사한 전략에서 탈피하려는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 현상이 점입가경이다. 우리는 어느 지점에 서 있고, 어디로 가고 있나? 경쟁에서 이기는 자는 지는 자와는 다른 승자의 DNA가 분명히 존재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