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는 14일 일본 언론과 재계 인사 등 사회 지도층이 다수 모인 가운데 공개적으로 열린 내외정세조사회 강연에서 갑자기 이달 24일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문 대통령과 한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발언했다.
한일 양국 정부가 정상회담을 조율 중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정상회담은 외교 당국의 줄다리기가 가장 치열한 사안이다. 실무 조율이 끝나고 양국이 공식 발표를 하기 전에는 '미확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다.
이날 청와대 측은 아베 총리의 발표에 대해 "정상회담 일정을 계속 조율 중"이라며 "최종적으로 회담 일정이 확정되면 발표할 것"이라고 반응했다.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권은 정부모임을 사유화했다는 이른바 '벚꽃모임 스캔들' 직격탄을 맞아 지지율이 급락 중이다.
이날 지지통신은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40.6%로 전달보다 7.9%포인트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9%포인트 증가한 35.3%다.
이는 아베 총리가 2016년 사학재단 모리토모(森友)학원에 대한 국유지 특혜 매각 의혹과 관련한 재무성 결재 문서 조작 문제가 국회에서 논쟁이 됐던 지난해 3월 9.4%포인트 떨어진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아베 총리가 '벚꽃모임 스캐들' 이후 내년도 모임을 취소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73.3%가 찬성 의견을 보였다. 반대는 13.0%다.
모임을 폐지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60.2%로 다수를 차지했다. '폐지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22.6%, '모르겠다'는 응답은 17.2%로 나타났다.
이번 지지율 하락은 아베 총리의 '벚꽃을 보는 모임(桜を見る会)' 사유화 논란의 영향으로 보인다고 지지통신은 분석했다.
유권자들은 아베 총리가 일본에서 최장기 재임 기록을 경신하는 등 장기 집권하는 가운데 긴장감을 상실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한일 관계가 수교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이뤄지면 아베 총리로서는 극도로 악화한 한일 관계를 타개하기 위해 문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도 부각할 수 있다.
정상회담이 이뤄지면 한일 간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징용 문제 등에 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아베 총리는 '한일 지소미아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정상 외교를 통해 일정한 성과가 있었다는 주장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정상회담의 경우 국회문답 등과 달리 대화 내용이 직접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아베 정권이 일본 국내 여론을 고려해 실제 메시지에 덧칠해 국내 홍보용으로 활용할 여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