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LINE)과 일본 포털 1위 사업자 야후재팬이 조만간 경영통합을 위한 최종계약을 체결한다. 라인과 야후재팬은 내년 10월까지 관련된 모든 작업을 완료한다는 게 목표다.
라인과 야후재팬이 경영통합을 발표한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데자와 다케시(出澤剛) 라인 최고경영자(CEO)와 가와베 겐타로(川邊健太郎) 야후재팬 CEO는 서로의 넥타이를 바꿔 매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라인을 상징하는 초록색 넥타이와 야후재팬을 상징하는 빨간색 넥타이를 바꿔 매는 것으로 경영통합의 의지를 표현했다.
라인과 야후재팬이 경영통합의 이유로 내세운 것이 미국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중국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와의 경쟁이다. 하지만 경쟁하기 위해 무엇을 무기로 삼을 것인지에 대한 속시원한 답을 내놓지는 못했다.
라인과 야후재팬이 경영을 통합하고 GAFA와 BAT에 맞서 싸우려면 그들에게 없는 무기를 쥐고 있어야 할 텐데, 대체 어떤 무기를 숨겨놨을까. 라인과 야후재팬에는 있지만, GAFA와 BAT에는 없는 것이 바로 ‘통신’이다.
라인의 주력사업은 모바일 메신저다. 라인은 태생부터가 모바일인 ‘모태모’다. 그런 라인이 2016년 9월 ‘라인모바일’을 만들어 알뜰폰(MVNO) 사업에 뛰어들었다. 라인의 꿈은 일본의 제4이동통신 진출이었지만 자본력이 부족했다.
2018년 4월 통신규제기관인 총무성은 알뜰폰 사업자였던 라쿠텐에 신규 주파수를 할당하고 제4이동통신사의 면허를 내줬다. 비슷한 시기에 라인모바일은 소프트뱅크 산하 알뜰폰 와이모바일에 팔렸다. 라인이 통신사 진출의 꿈을 접은 시기와 소프트뱅크와 제휴가 시작된 시점이 겹친다.
소프트뱅크는 일본 통신사로서 확고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 일본 통신시장에선 전체 인구 1억 2000만명의 3분의1만 차지해도 연간 약 10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라인은 대만과 태국시장에서 모바일 메신저 1위 사업자다. 모바일 메신저는 1위가 아니면 의미가 없는 독특한 시장인데, 손정의 회장의 자본력이 동원된다면 대만과 태국에서 통신사를 인수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일본과 대만, 태국을 합쳐 2억명 규모의 통신시장이 손 안에 들어오게 된다.
이번 라인과 야후재팬의 통합이 일본 경쟁당국의 승인을 받게 된다면, 통신사와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은 시너지를 낼 수 있고 큰 수익을 올릴 가능성도 커진다. 전 세계를 훑어봐도 강력한 메신저 플랫폼을 보유한 통신사는 없다. 메신저는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평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이다. 앱 안에 서비스를 추가하면 메신저 이용자들이 쉽게 쓸 수 있다. 여기에 통신과 금융이 결합된다면 수백조원에 이르는 시가총액을 만들어낼 수 있다. GAFA, BAT와 붙어볼 만하다는 얘기다.
라인과 야후재팬은 GAFA의 영향력이 아직 약한 나라들을 집중 공략해 메신저 플랫폼의 점유율을 키워야 한다. 메신저를 키워 통신과 금융을 결합시키는 전략이라면, 이번 경영통합은 쉽게 납득이 간다.
라인과 야후재팬은 “아시아와 전 세계를 이끄는 AI 테크 컴퍼니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연간 1조원을 투자한다고 했지만, GAFA의 관련 투자는 수십조, 수백조원 단위로 이뤄지고 있다. 사막에 물을 뿌리는 것과 같다. 그러나 통신을 잡는다면 싸워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