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中 외교부장 사드 후 첫 공식 방한…한중관계, 훈풍만 불까

2019-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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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中 외교부장, 4~5일 공식 방한…한중 관계 회복 신호탄 기대

5일 문재인 대통령 예방, 한중 정상회담·시진핑 주석 방한 논의할 듯

미중 패권전쟁·북한 비핵화 등 앞세운 안보·통상 압박 거세질 수도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으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로 인한 한·중 간 갈등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과거의 ‘최상’수준으로는 회복되지 못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4일 한국을 공식 방문한다. 사드 갈등 이후 3년여 만으로 왕 위원의 방한이 한·중 관계 회복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왕 위원은 이날 오후 한국에 도착,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시작으로 1박2일간의 일정을 소화한다. 5일 오후에는 청와대 접견실에서 문 대통령과 만난다.

외교부에 따르면 왕 위원은 방한 기간 강 장관과 △한·중 양자관계 △한반도 정세 △지역 및 국제문제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세부적으로는 이달 말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열릴 예정인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관련 의제를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문 대통령 접견이 예정된 만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과 한·중 정상회담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비공식적 경제 보복인 ‘한한령(限韓令·중국 내 한류 금지령)’ 해제 논의 가능성도 있다. 이로 인해 화장품, 항공, 게임 등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왕 위원의 이번 방한을 계기로 중국이 미·중 패권전쟁에 한국을 활용하려는 속내를 드러낼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미국의 미사일 배치 요구, 화웨이(華為), 사드 등 미국과 연관된 안보·통상 문제를 앞세워 한국을 압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추궈훙(邱國洪) 주한중국대사가 공개 석상에서 ‘한국 내 미국 중거리미사일 배치’에 대한 협박성 발언을 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추 대사는 왕 위원의 공식 방한이 알려진 지난달 28일 한국 국회의원들 앞에서 “미국이 한국 본토에 중국을 겨냥하는 전략적 무기를 배치한다면 어떤 후과(後果)를 초래할지 여러분들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고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충분한 정치적 지혜를 갖고 있어서 잘 대응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미국의 미사일 배치를 승인할 경우 사드보다 더한 후폭풍이 있을 것을 암시하고, 미국이 아닌 중국 편에 설 것을 강요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조형진 인천대 중국학술원 교수도 “미국의 미사일 배치는 한·중 관계를 위협하는 요소”라며 “중국 내에서는 사드보다 미사일 배치를 더 큰 위험요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을 방한 중인 류자이(劉家義) 산둥(山東)성 당서기가 지난 2일 강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 중국에 더 협조적인 태도로 돌아설 것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류 당서기는 지난 2017년 국가심계서장(감사원장)에서 산둥성 당서기로 파격 발탁된 시 주석의 사람으로 분류된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전날 한국 내 전문가 기고를 통해 “한국이 외교 딜레마에서 벗어나려면 중국과의 협력 강화가 최우선 과제여야 한다”고 보도했다.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등을 둘러싼 한·일 갈등 등 한국의 외교 난제를 중국과의 협력으로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가장 주목을 받는 사드 문제 논의도 양국 정부의 인식 차이로 인해 난항이 예상된다.

김동찬 연세대 중국연구원 연구원은 “한국과 중국이 사드 문제가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전혀 다른 것이 현재의 핵심 쟁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은 사드 ‘보복 조치’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지만, 중국은 ‘사드 배치 철회’를 해결책으로 보고 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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