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칼럼] 실리콘밸리는 어떻게 '유니콘밸리'가 됐나

2019-11-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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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시대가 바뀌니까 별칭도 바뀌는 모양이다. 스타트업의 메카로 널리 알려진 미국 실리콘밸리가 이젠 스타트업을 뛰어넘어 ‘유니콘의 메카’로 새롭게 등극하고 있다. 유니콘은 비상장 스타트업이지만,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원) 이상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기업이다. 2019년 10월 기준 샌프란시스코를 포함한 실리콘밸리 주변에만 유니콘 기업들이 무려 108개로, 미국 전체 215개의 50%, 세계 전체 492개의 22%가 집중돼 있다. 게다가 올해 들어 5월에 504억 달러(약 55조원) 시가총액으로 상장한 우버를 비롯, 핀터레스트, 슬랙테크놀로지 등 10조원 이상의 초대형 유니콘 상장들이 줄을 잇고 있다. 상반기에만 6개사가 상장해 시가총액을 합치면 1000억 달러(약 100조원)에 육박하고 있고, 우버를 제외하곤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Zoom Video Communication) 주가가 상장 후 9배로 급상승하는 등 유니콘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샌프란시스코·실리콘밸리 지역은 우리나라의 강원도 남짓 크기에 인구 775만에 불과하다. 그뿐만 아니라 주거비가 워낙 비싸서 침실 하나 딸린 원 베드룸 월세가 500만원 이상, 웬만한 엔지니어 인건비는 기본이 억대, 평균임금은 1억3000만원으로 캘리포니아주 평균보다 80% 높다. 비용도 많이 들어가는데, 왜 이리 스타트업들이 몰려들어서 미국 유니콘 전체의 절반, 세계의 22%를 차지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유니콘 생태계가 그만큼 잘 짜여졌다는 얘긴데, 구체적으론 첫째, 뭐니뭐니해도 스타트업과 같은 고위험·고수익 벤처에 적극 투자해주는 벤처캐피털 자금줄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2018년 기준 미국 전체 벤처캐피털 투자액은 1165억 달러(약 128조원)인데, 그중 거의 52.3%인 609억 달러(약 67조원)가 실리콘밸리지역에 투자되고 있다. 2011년엔 70억 달러(약 8조원) 대비 16배로 급성장했으며, 미국 내에서 벤처투자기준 2, 3위를 달리고 있는 뉴욕과 보스턴 대비로는 각각 4, 6배 수준이다. 대표적인 벤처캐피털사로는 세코이아캐피털, 엑셀파트너스, 안드리센호로위츠로 유니콘 투자가 활발하다.

둘째,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인텔과 같은 대형 글로벌기업의 스타트업 인수·합병(M&A) 매수가 많다는 점이다. 투자 회수(EXIT) 수단으로서의 M&A는 상장(IPO)까지의 장시간을 요하지 않는 이점이 있는 데다, GAFA와 같은 세계적 기업에 의한 M&A나 투자는 그 가능성만으로도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대단한 매력이다. 실제 미국 스타트업들의 투자 회수는 IPO에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90%가 M&A다. 또한 대기업뿐 아니라 유니콘으로 덩치를 키운 비상장기업들이 M&A 주체가 되는 사례도 종종 나오고 있다. 예컨대 기업가치 310억 달러의 에어비앤비(Airbnb)는 지금까지 20개사나 인수했다고 한다.

셋째. 특히 실리콘밸리의 장점으로 꼽히는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의 존재다. 액셀러레이터는 창업자가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까지 일종의 가교역할을 하며,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자문, 멘토링, 초기투자 등을 담당한다. 샌프란시스코 비즈니스타임스에 의하면 실리콘밸리지역의 액셀러레이터 및 인큐베이터 26개사의 총 고객 수는 2018년 기준 2200개사나 된다고 한다. 최근 중국 등 전 세계에서 액셀러레이터들이 늘고 있지만, 실리콘밸리와 같은 성공사례는 많지 않다. 시장에서 손꼽는 대표선수는 Y콤비네이터, 500스타트업, 플러그앤플레이, 스카이캐치. 그중에서도 Y콤비네이터는 미국 액셀러레이터 평가 1위로, 작년 82억 달러로 상장된 드롭박스(Dropbox), 스트라이프(Stripe), 에어비앤비 등을 키워냈고, 졸업기업 톱 102개사의 총 기업가치는 1550억 달러(약 170조원)다. 앵커투자자로서의 유니콘 투자 회수도 48회로 2위 500스타트업 18회의 거의 3배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 꼽는다면, 전 세계에서 몰려들고 있는 젊은이들의 창업정신과 이를 뒷받침하는 실리콘밸리의 창업문화다. 우선 실리콘밸리 유니콘기업의 50%가량이 외국인 이민 창업자라고 한다. 그만큼 열린 창업문화란 얘기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창업자와 투자자 간의 프레젠테이션과 토론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공식·비공식 만남을 통한 상호 신뢰구축,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등이 실리콘밸리를 특징짓는 단면이다.

유니콘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디지털플랫폼과 4차 산업혁명의 상징이다. 디지털플랫폼은 시간·공간 제약 없이 세계 어느 곳이든 연결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 10년 걸리던 매출과 이익도 디지털플랫폼을 활용하면 5년, 3년, 아니 1년 이내에도 대박이 터질 수 있다. 게다가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첨단기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만큼 유니콘의 성장과 확산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벤처스타트업과 유니콘 육성에 신경쓰고 있는 우리로서도 실리콘밸리의 유니콘생태계를 꼼꼼히 챙겨볼 만하다.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정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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