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칼럼] '블록체인 굴기'엔 시진핑 야심 있다

2019-10-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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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지난 8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디지털통화 발표에 이어, 최근 시진핑 주석이 블록체인 육성정책, 일명 블록체인 플러스정책을 강조해서 화제다.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 블록체인업계로부터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까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인 ABCD(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의 하나로 지금까지 중국 정부가 적극 육성해왔다. 이미 블록체인 특허출원건수만 1만건 이상이다. 정부 측에선 공업정보화부가 2016년 10월 ‘중국 블록체인기술과 응용발전백서’를 발표했고, 인민은행은 작년에 국제 블록체인 특허건수 세계 5위에 랭크됐다. 기업 측에선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대표적이다. 알리바바는 위·변조를 방지하는 블록체인 기술의 특징을 이용하여 대표 쇼핑몰인 티몰(天猫)의 짝퉁 논란을 잠재웠으며, 텐센트는 2017년 사용자가 블록체인 앱을 개발할 수 있는 블록체인 플랫폼 BaaS(Blockchain as a Service)에 이어 지난주 블록체인 백서 ‘트러스트 SQL’을 개발했다.

시진핑 주석은 왜 이 시점에서 블록체인 육성을 강조했을까. 시장에선 첫째, 정치적 이유로 처음 공산당원이 됐을 때의 초심을 잃지 말란 주문이라고 한다. ‘처음 기록한 것을 바꿀 수 없는 블록체인의 특성을 “인민을 위해 일하겠다(爲人民服務)”는 초심에 빗댔단 얘기다. 둘째는 경제적 이유로 조만간 발행이 예상되는 인민은행의 디지털통화를 적극 지지하기 위한 것. 인민은행이 발행한 디지털통화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적극 사용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시진핑 주석의 육성의지가 강력한 영향을 줄 거라는 게 중국 내외 업계의 현실적인 판단이다. 실제 중국 상하이증시뿐 아니라 뉴욕증시에서도 최근 중국 블록체인 테마주가 강세다.

그럼 인민은행은 디지털통화 발행을 왜 서둘러 발표했나. 전문가들은 첫째, 지난 6월 페이스북이 발표한 디지털통화 ‘리브라’의 발행계획이 인민은행을 크게 자극한 것으로 본다. 리브라는 중국 이외 세계 각지 시장플랫폼에서 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선 중국의 강력한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리브라가 미 의회 등으로부터 시달리는 동안 선수를 치겠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둘째, 디지털통화 발행을 선점함으로써 디지털 기축통화 논의가 본격화할 때 입지를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를 비롯, 프랑스 중앙은행 등 많은 중앙은행 총재들이 중장기적으로 미국 달러를 디지털화폐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디지털 기축통화 바스켓을 고려할 때 위안화를 포함하려면 국가 차원의 디지털통화를 다른 국가에 앞서 발행하는 "퍼스트 무브 어드밴티지(First-move advantage)’가 중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게다가 리브라의 통화바스켓엔 위안화가 포함되지 않아 선제공격이 그만큼 필요하기도 한 셈이다. 인민은행은 이번 디지털통화 발행을 계기로 해외에서도 위안화표시결제 확대, 나아가 위안화의 국제화에 도움이 되길 기대하는 듯하다.

셋째, 자금세탁이나 탈세를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한다. 인민은행 디지털통화 구조를 보면 개인들은 시중은행이 아니라 중앙은행에 계좌를 트고 중앙은행이 직접 청산하는 구조로 돼 있다. 중앙은행이 거래플로우를 다 볼 수 있고, 데이터도 한데 모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금세탁 또는 탈세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비화될 경우 거래흐름을 투명하게 볼 수 있다면, 그만큼 자본유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미국의 지속적인 對中압박으로 중국의 무역흑자가 계속 감소할 거라고 보면, 이런 관점에서의 블록체인과 디지털화폐의 준비는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특히 전 세계 20억의 고객을 갖고 있는 페이스북의 리브라가 선(先)발행되면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텐센트의 위챗페이 등이 타격을 받고, 중국의 디지털화폐 국제화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으로선 페이스북의 리브라 발행이 미국 및 유럽 의회로부터 난타당하고 있는 현재 시점을 어떻게든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함직하다. 이에 따라 시진핑 주석의 블록체인 플러스정책 발언, 중국 의회에 해당하는 중국 전인대(전국인민대표자회의)의 ‘암호자산법안’ 통과, 외환관리국의 ‘외환관리에 블록체인 및 인공지능 적용’ 등 발 빠른 대응전략이 나오고 있다. 해외에선 2주 후 시작되는 광군절(11월 11일), 즉 글로벌시장의 관심이 대단히 높고 또한 시간당 디지털 매매주문이 가장 많은 시점에, 인민은행의 디지털통화(CBDC) 발행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아무튼 시 주석의 블록체인 강조를 계기로 중국의 ‘블록체인 굴기’를 점치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다. 또 이는 달러 일극체제에 불만이 많은 미국 이외 선진국의 디지털통화제도 구축논의와 맞물려 새로운 화폐전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 이 싸움은 달러에 대신할 국제통화제도로서, 달러, 주요통화바스켓, 위안화의 3파전이면서 동시에 정부 주도의 디지털통화와 민간주도의 디지털통화 간의 싸움이란 요소도 가미돼서 복잡해지고 있다. 향후 관전 포인트다.

서강대학교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중국자본시장연구회장 정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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