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재경위원회 부주임을 역임한 황치판(黃奇帆) 중국 국제경제교류중심 부이사장은 28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1회 와이탄 금융서밋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중국신문망 등이 29일 보도했다.
황 부이사장은 이날 인민은행이 연구 중인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DCEP)는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완전히 새로운 암호 전자화폐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는 일반적으로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로 불린다. 다만 중국은 이를 DCEP(Digital Currency and Electronic Payment)로 명명하고 있다. 법정 디지털 화폐이자 전자결제 수단으로 정의한 것이다.
황 부이사장은 인민은행의 디지털 화폐 연구는 이미 5~6년부터 시작돼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며 아마 인민은행이 전 세계 최초로 디지털 화폐를 내놓는 중앙은행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이나 리브라 등 암호화폐에 대해선 쓴 소리를 냈다.
황 부이사장은 "디지털 시대 속에서 일부기업이 비트코인이나 리브라 같은 암호화폐를 발행해 통화주권에 도전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모두 블록체인에 기반한 탈중앙화 통화로, 발행기관의 신용도를 보증하기 어렵고 시장가격도 불안정해 진정으로 사회의 부를 형성하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페이스북에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가 발표된 이후 광범위한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 “리브라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도 했다.
실제로 중국은 현재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현재 중국 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모두 폐쇄됐으며, 중국 내에서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나 플랫폼 접근도 불가능하다.
황 부이사장은 주권국가로서 국가의 화폐 발행권을 가장 잘 실천하는 방법은 정부와 중앙은행이 법정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전 세계 중앙은행이 법정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편리성과 보안성을 높이는 것 이외에 새로운 규칙을 제정해 디지털 화폐를 국가신용도와 연동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예를 들면 국가 지역총생산(GDP), 재정수입, 금보유량 등과 연동시키는 방식이다. 이로써 통화를 마구 찍어내는 걸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인민은행은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2014년부터 디지털 화폐 연구를 시작해 2017년 5월 디지털 화폐연구소를 세우는 등 자체적인 디지털 화폐 개발 연구를 진행해 왔다. 달러 패권을 견제하고 글로벌 디지털 화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됐다.
특히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서 블록체인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외치고 있는만큼, 이르면 연내 중국이 독자적인 디지털통화를 선보일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