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쇄신] 투자풀 설정액 늘었지만, 자산배분 장기 방향 부재

2019-11-2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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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연기금투자풀 설정액이 2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보다 3조원가량 늘었다. 안정적인 성장세다. 연기금투자풀은 주식투자를 하기 어려운 연금과 기금들의 여유자금을 한데 모아(Pool)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연기금투자풀의 성장을 위해 개선할 부분도 있다. 우선 전략적 자산배분을 위한 장기 방향 설정이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내·외부 간 운용기준의 합리성을 제고할 필요도 있다.
◆연기금투자 풀 설정액 1년 만에 3조원↑

25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연기금투자풀 기간말잔(설정액)은 20조576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말(17조7812억원) 대비 3조원 가까이 오른 규모다. 2013년(13조839억원)에 비해선 7억원 넘게 늘었다. 

특히 올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더욱 강해졌다. 국내채권형 설정액은 7조7278억원으로 1년 전(5조7369억원)보다 약 2조원 늘었다. 전체 설정액에서 국내채권형이 차지하는 비중도 38.5%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은 같은 기간 7201억원 늘었다.

주식형의 경우 국내‧해외 모두 각각 2021억원과 275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국내주식형은 1033억원 줄었지만, 해외주식형은 731억원 늘었다. 전체 투자풀 규모에서 주식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총 2.4%다.

주가지수연계펀드(ELF) 설정액은 650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기금투자풀은 당분간 증시가 박스권에 갇힐 것으로 보고 안정성과 수익성을 추구하기 위해 ELF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지난 3월 말 첫 집행 규모는 약 200억원 수준이었으나, 2분기 들어 금액을 확대했다.

혼합형 설정액은 8조1051억원으로 1년 전보다 5298억원 줄었다. 주간운용사별로 보면 삼성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 설정액은 올 9월 말 기준 각각 13조6968억원, 6조3608억원을 기록했다.

연기금투자풀 관계자는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지자 안정형 상품 위주로 자금이 유입되는 상황"이라며 "올해는 설정액이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MMF, 채권형 등 안전자산 위주로 자금이 유입된 가운데 해외주식형과 ELF로 투자 비중을 조금씩 다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풀 운용규모 추이(설정액 말잔 *단위 : 억원). [자료=KG제로인 제공]


◆전략적 자산배분 위한 장기적 방향 필요 

연기금투자풀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제도적‧구조적‧환경적 요인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한국증권학회 보고서를 보면 자산운용정책 수립과 전략적 자산배분‧투자상품의 선택은 전문성을 가진 자산운용조직에 의해 수행돼야 할 가장 중요한 영역이다.

그러나 현행 투자풀 제도에선 의사결정 전문성이 부족한 중소형 기금의 자산운용 담당자들이 자산배분이나 상품 선택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학회는 "자산운용 성과의 90% 이상이 자산배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은 학계의 공인된 연구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소형 기금 자산운용체계 전반의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선 전문성을 가진 주간운용사가 자산운용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전략적 자산배분‧투자상품 선택 과정에서부터 자산운용 담당자의 역할을 대행하거나 또는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서비스의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OCIO는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의 여유자금을 전문 운용사가 맡아 굴리는 사업을 말한다. 국내 OCIO 시장 규모는 현재 100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주택도시기금 40조원, 고용·산재보험기금 28조원, 연기금투자풀 20조원 등이다.

금융투자업계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자동투자) 제도가 도입되면 국내 시장이 10배 이상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금융투자사들은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OCIO 강자로 통하는 미래에셋운용은 위탁자산 20조원에 달하는 주택도시기금 등을 굴리면서 OCIO를 계속 강화 중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기준 18조원 규모의 산재보험기금 전담운용사로 2015년에 이어 재선정됐다.

한화자산운용은 OCIO 후발주자인 만큼 차별성을 두기 위해 월셔컨설팅과 협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해 말 OCIO사업을 다룰 플랫폼추진본부도 신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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