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회항 피해자' 박창진 "존엄 7000만원... 가진 것으로 신분 나뉘어진 사회"

2019-11-0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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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 7000만원, 가진 것의 많고 적음으로 신분이 나누어진 사회라는 착각을 일으키는 정말 실감나는 판결"

박창진 전 대항항공 사무장은 5일 대한항공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선고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박 전 사무장은 "당시 많은 분들이 우리나라 재벌에게 대항한 저의 삶을 걱정해주셨다"며 "많은 분들이 삶이 깡그리 망가질 것이 분명하니, 손해배상을 받아서 남은 인생을 위한 정착금을 마련할 것을 조언했다"고 전했다.

이어 "저 또한 그런 현실을 잘 알고 있다, 자본권력을 상대로 저항을 한 제가 겪을 미래는 자명해 보였다"고 덧붙였다.

박 전 사무장은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에 휘말렸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이 2014년 12월 5일 이륙 준비 중이던 대한항공 기내에서 땅콩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아 박 전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리게 했다.

박 전 사무장은 이 사건으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아 휴직했다가 2016년 5월 복직하는 과정에서 인사상 불이익을 당했다며 조 전 부사장과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날 서울고법 민사38부(박영재 부장판사)는 박 전 사무장이 대한항공과 조 전 부사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대한항공은 7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박 전 사무장은 "오늘 법원은 저, 박창진의 존엄을 7천만원으로 판결했다"며 "어떤 분들은 그래도 싸움에서 이겼으니 자축하라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하지만 저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라며 "적자를 이유로 경영책임을 노동자에게 넘기며 희생을 강요하고, 무수한 갑질로 기업 가치를 훼손하고도 노동자는 생각도 하지 못할 금액의 퇴직금을 목도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박 전 사무장은 "특히 오늘 판결은 요사이 회자되는 선택적 정의의 한 자락을 보는 듯 하다"며 "세습경영과 자본권력으로 무장한 이들의 목소리를 더 듣는 사회, 인간의 권리와 존엄은 인정하지 않는 사회라는 신호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간의 권리와 존엄한 가치가 돈보다, 권력보다 가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며 "오늘 판결은 저의 전의를 더욱 불타오르게 한다"고 밝혔다.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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