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교육 현실은 교사들의 전문성이 부족해 입시 전문업체의 의존도가 줄어들지 않고, 학교별 경쟁 문제까지 겹쳐 특정 학생 몰아주기 관행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기자와 만난 서울 중구 소재 일반고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입시 컨설팅을 받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선생님이 아이 수학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세특을 제출하라고 해서 내가 직접 썼다”며 “수학을 잘 모르는 학부모가 쓴 이야기라도 준비해가면 선생님이 세특에 올려준다는 건데, 대학 입학사정관이 보면 한눈에 비전문적이라는 걸 알아보지 않을까 고민”이라고 걱정했다.
학부모 B씨(서울 목동 자사고 재학 중)는 영어·수학 학원비 외에도 자녀의 과목별 세특 관리를 위해 입학 때부터 매월 30만원씩 지출해 왔다. 그는 세특을 더 전문적으로 써줄 학원을 알아보고 있다. B씨는 “자사고는 기본적으로 역량이 균질한 학생들이 모여 있는 데다, 부모들의 경제적 여유도 있는 편이라 세특 준비도 알아서 잘하는 편”이라며 “입시전문업체를 통해 준비한 과목별 세특을 제출하면 교사들이 거의 그대로 생기부에 올려준다”고 귀띔했다.
서울 소재 일반고 2학년인 C군은 혼자서 세특을 준비하고 있다. C군은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2등급까지만 과목별 세특을 써준다”고 실토했다. C군은 “담임 선생님이 프로젝트를 준비해 수업 시간에 발표하면 세특을 써준다고 해서 받았는데, 우리 반 26명 중 발표한 5명을 뺀 나머지는 세특에 아무것도 적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학생부의 꽃으로 불리는 교과별 세특이 학종에서 가치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도 세특 기재 과정에서 교사들의 전문성 부족에서 기인하는 불균형으로 여전히 입시학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은 별로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게다가 일반고에서 지금도 논란이 큰 특정 학생 세특 몰아주기도 줄어들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교사별로 평가 기준도 모호한 데다, 대입 실적을 내야 하는 학교와 교사는 1학년 때 내신이 우수한 학생 위주로 스펙을 만들어 준다는 얘기들이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학생부에서 학종의 당락을 좌우하는 것이 세특”이라며 “학생 불만이 가장 많은 것이 세특이고, 교사들의 편차가 커 문제가 되는 것도 세특”이라며 현재 고등학교 입시 현실을 진단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학종에서 비교과 영역을 폐지하면 세특이 입시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며 “학교마다, 교사마다 기재하는 양과 질의 차이가 나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입시에 반영한다면 이 역시 불공정 시비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