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연간 생산하는 스마트폰 3억대 가운데 20%인 6000만대를 세계 각국에 있는 자사 공장에서 만들지 않고 중국 업체에 통째로 맡기기로 했다고 한다. 충격적인 뉴스이다. 가격대만 정해주면 중국 업체가 설계․부품 조달․조립까지 알아서 하는 방식(ODM․제조자 개발 생산)이다. 삼성은 이런 중국산 스마트폰에 '삼성' 브랜드를 붙이고 세계 시장에 팔게 된다. 세계 1등 제조 경쟁력을 자부해온 삼성전자 역사에선 전례 없는 일이다.
삼성뿐만 아니다. 현대차․SK․LG 등 국내 주요 그룹도 사활을 건 사업 재편에 나서고 있다. 값싼 제조 기지였던 중국이 이젠 더 싼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경쟁자로 부상하고, 인공지능·전기차와 같은 제조업 패러다임 변화가 몰려오면서 자칫 '2류'로 몰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물론 이는 언젠가 닥칠 ‘현실’이었다. 14억 4천만명(2018년)으로 세계 인구 1위인 중국이 모든 산업 분야에서 인구 5,171만명인 한국을 앞지르는 건 시간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열정과 아이디어로 ‘한강의 기적’을 일군 만큼 또 다른 도전으로 돌파구를 찾을 것을 기대해본다.
인구로 따지면 한국의 27.7배나 되는 중국이 경제뿐 아니라 스포츠에서도 압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올림픽의 메달밭인 육상, 수영뿐 아니라 배구 농구 탁구 배드민턴은 중국이 우리를 앞지른지 오래다. 그러나 축구 야구 골프 양궁은 한국을 추월하지 못하고 있다.
축구는 중국인들이 ‘공한증(恐韓症)’을 느낄 정도다. 1978년 이래 한국은 중국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18승 12무 1패로 크게 리드하고 있다. 야구는 최근 열린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중국에 두 번이나 졌지만 프로팀까지 참가하는 올림픽에서는 우리의 적수가 되질 못한다. 여자 프로골프는 한국 선수들이 올해 14승을 합작한 반면 중국은 1승도 없다. 이부문 세계 1위는 고진영(24)이다. 남녀 양궁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항상 금메달 2개 이상을 따지만 중국은 금메달 소식이 아직 없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엘리트 스포츠를 지향하며 세계 1위 스포츠 강국을 노리나 위의 4종목에서 한국의 벽에 부딪혀 미국에 이어 2인자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이 축구 야구 골프 양궁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는 것은 손, 발재주가 좋은 덕분이라고 하지만 농구 배구 탁구에서 뒤지는 걸 보면 딱히 설명이 어렵다.
100년전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경제 10위권으로 올라선 한국인 특유의 엄청난 열정, 투지가 스포츠 분야에서도 빛을 발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