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정시로 대학 갈 거예요.”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사립고 교사는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때문에 수업 진행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들 대부분은 비교과 영역인 수행평가나 토론, 연극 등 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수능성적표 한 장으로 대학과 학과가 결정되기에 수능과 연계된 EBS 교재에 집중한다. 학교의 다양한 교과 수업보다는 학원에서 오지선다형 문제풀이를 되풀이하며 수능 준비에 ‘올인’한다. 수능 100% 정시 메커니즘을 아는 교사는 이들을 투명인간처럼 대하며 반쪽짜리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교사와 공교육에 대한 신뢰도가 교실에서부터 추락한 것이다.
수능 중심의 정시 확대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좋은교사운동,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교육단체도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정시가 다른 전형보다 사교육이나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영향을 많이 주는 전형”이라며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를 불식하기 위해 독서, 봉사, 동아리, 체험 등 비교과 영역이 교과 안에서 구현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박제원 전주완산고 교사는 “문 대통령의 정시 확대 주문은 왜 우리가 수업을 토론과 논술 및 그에 기반한 체험 활동으로 바꿔야 하는지, 동아리 활동마저도 교과수업시간에 이뤄지는 방식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의미 있는 시사점”이라며 “이제라도 교사들이 토론·논술형 수업역량을 갖춰서 교과 수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교과와 비교과가 분리되지 않도록 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위권 대학을 독식하고 있는 자율형사립고·특수목적고·국제고 등을 오는 2025년까지 일괄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교육부의 발표도 국민을 설득하기까지 난관이 예상된다. 각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올해 자사고 재지정이 취소된 학교들이 행정소송으로 자사고 지위를 회복했고, 내년에 당장 재지정평가를 해야 하는 15개 자사고와 10개 외국어고가 있다. 불과 두 달 전 시행령을 통한 일괄 폐지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인 교육부가 문 대통령의 한 마디로 180도 입장을 바꿨다는 비판을 면하기도 어렵다.
한편 교육부는 고졸 취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예산을 더 투입하고 범부처적인 대응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고졸 취업 활성화는 청년의 첫 직업 시작 단계에서 매우 중요한 정책”이라며 “중소기업 재직 후에 대학에서 학비 걱정 없이 공부하도록 지원하고, 기업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장려금 지원과 실습 학생의 안전과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