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할 만한 점은 1990년대 당시 베트남 북부보다 남부지방에서 먼저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는 점이다. 남부 특유의 감성과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트렌디한 한국 드라마의 정서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까지도 한국에 방문하는 관광객과 이주자 가운데 북부 하노이 지역보다 호찌민, 컨터 등 남부지역 출신 등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박항서 신드롬’은 베트남 내 한류를 사회, 문화 부문을 넘어 스포츠 분야까지 이끄는 주요 요인이 됐다. ‘축구는 곧 국기’라는 베트남에서 박항서 효과로 베트남 축구전문채널인 BONGDA-TV는 한국 K리그를 전문적으로 방송하는 프로그램까지 편성했다.
특히 90년대 태어나 베트남 소비문화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베트남 신여성’ 세대는 베트남 내 한류 공고화의 주역이다. 풍족한 환경에서 자라나 소비성향이 높은 이들은 누구보다 먼저 한국의 최신 브랜드와 문화, 음식 등을 접했다. 이미 한국 여행을 다녀온 사람도 상당하며 일부는 복수비자를 통해 수시로 한국을 방문해 쇼핑관광을 하기도 한다.
결국 이들에게 익숙한 한국 브랜드는 베트남에서 쉽게 자리 잡을 수 있게 됐으며 이들의 소비패턴을 통해 한국제품들은 큰 어려움 없이 베트남 전체로 판매기반의 확대를 꾀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양국 커플의 결혼증가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8년 전체 국제결혼 중 한국인과 베트남인의 결혼(남·여 배우자포함)은 전체 2만2700건 중 6935건, 약 31% 비중으로 전체 1위를 나타냈다. 한국인과 베트남인의 국제결혼은 2017년 처음 전체 혼인건수 1위에 올라선 뒤 연속 2년째 수위를 지켰다.
한·베 결혼의 증가세는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상호 문화의 유사성, 호감도, 결혼적응도 등 종합적인 측면을 볼 때 국제결혼상대국으로는 서로가 서로에게 최적의 조건들을 갖췄기 때문이다.
양국에 거주하는 재외국민도 30만 명을 넘어섰다. 베트남 거주 한국교민사회는 2017년 기준 15만 명을 넘었다. 한국 거주 베트남 교민사회도 16만 명으로 추산된다. 특히 한국 내 베트남교민은 아세안 국가 중 최대 외국인 커뮤니티로 베트남 음식점 등이 이미 한국인의 실생활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양국 국민들의 상호방문은 지난해 역대 최다를 기록해 베트남을 방문한 한국인은 300만 명을 넘어섰으며 한국을 방문한 베트남인은 46만 명을 기록했다. 앞서 베트남 대사관은 호찌민, 하노이, 다낭, 호치민 등 3대 도시 시민들에게는 복수비자를 허용하면서 양국의 인적교류를 더욱 활성화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 따르면 2018년 한류로 인한 총수출액은 94억8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9.1% 증가했다. 이중 베트남은 중국, 일본, 미국에 이어 4위권을 차지했지만 경제 규모 대비 수출량에서는 1위를 나타냈다.
이제 베트남 내 한류는 하나의 보편적인 문화로 자리잡아 베트남은 한류의 표본모델이자 거점국가로 여겨진다. 베트남에서 초기 얻는 평판은 그대로 다른 아세안 국가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베트남의 현지 평가가 곧 한류 성공의 척도인 셈이다.
김석운 베트남경제연구소 소장은 “이제 양국은 국가주의적 시작에서 경제적 효과만을 추구하는 것을 지양해야 하고 문화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며 “범아시적 가치로 한국과 베트남이 동등한 서로를 알고자 노력할 때 그 가치가 더욱 양국을 호혜적 관계로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