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보이콧 철회’ 코리아세일페스타, ‘그들만의 축제’ 끝낼까

2019-10-25 00:25
  • 글자크기 설정

약 600여개 유통·제조·서비스업체 참여…이커머스도 동참, 할인율 더 높여


2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9 코리아세일페스타’ 간담회에서 김호성 산업부 관계자(맨 왼쪽)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서우 기자]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 불리는 대규모 할인행사인 ‘코리아세일페스타(이하 코세페)’가 5회를 맞았다. 뚜껑은 열어봐야 알지만, 올해도 ‘세일 없는 세일 행사’로 끝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코세페를 준비하는 민간 추진위원회는 2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가 주관했던 이전과 달리 첫 민간 주도로 열린다는 점, 이로 인해 달라지는 부분 등을 알리기 위한 자리였다.
2015년 시작한 코세페는 민간업체들의 상시 할인행사와 비교해 뚜렷한 특징이 없어 흥행이 부진했다. 민간업체들이 정부 눈치를 보느라 울며 겨자먹기로 참여하는 보여주기식 행사란 지적도 꾸준히 나왔다.

이번에 정부가 민간으로 코세페를 이양하면서 구성한 추진위원회는 소비자공익네트워크회장을 중심으로 백화점협회장, 체인스토어협회장, 면세점협회장, 온라인쇼핑협회장, 편의점협회장, 프랜차이즈협회장, 전국상인연합회장,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장, 한국수퍼체인유통사업협동조합장 등 국내 유통사 대부분이 참여하는 구조다.

각 협회의 실무자들이 모두 간담회에 참석했지만, 행사의 성격과 정의에 대한 답변은 모두 산업부에서 총괄했다.

김호성 산업부 유통물류과 과장은 “중국 광군제랑 우리 매출을 비교하는데, 중국은 인구가 14억명이다. 행사 품목이나 취지도 우리랑 상당히 다르다”며 “코세페는 2017년 하루 평균 매출이 3200억원, 지난해 4000억원으로 점차 오르는 등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백화점협회는 코세페 동참을 보이콧했다가, 간담회 하루 전인 지난 23일 입장을 바꿨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코세페 직전 ‘대규모 유통업 분야의 특약 매입거래에 관한 부당성 심사 지침’을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해당 개정안은 백화점이나 마트 등이 할인행사를 할 때 대규모유통업자가 할인 비용의 절반 이상을 부담하라고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치민 백화점협회 상무는 ”공정위 지침이 백화점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어서 행사에 참여할 수 있을까 염려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위원회의 계속된 참여 요청이 있어 대규모 할인보다 이벤트에 집중해 참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갑자기 입장을 바꾼 백화점협회에 기자들의 질문이 집중되자, 사회자가 나서서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기도 했다.

사회자는 “질의응답이 너무 백화점 협회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올해는 특히 온라인을 많이 확대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참여기업 수가 3배 정도 늘었다. 이런 부분을 온라인쇼핑협회가 협회 차원에서 얘기해달라”고 말했다.

막판에 코세페 참여를 결정한 것은 백화점뿐만이 아니다.

하명진 온라인쇼핑협회 팀장은 이날 배포한 온라인 쇼핑 참여기업 목록에 쿠팡이 빠진 이유에 대해 “회원사에 참여를 강요할 수는 없는 부분”이라면서도 “쿠팡도 이번 코세페에 동참한다. 다만 행사 참여방법에 대해서만 외부 공개를 아직 안 한 상황으로 판단해 달라”고 설명했다.

온·오프라인 채널마다 자체 할인 행사를 하는데, 굳이 정부가 나서서 업체를 한데 모을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김호성 산업부 과장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중국 광군제처럼 각 국가마다 세일 행사들이 있다. 개별 업체들이 분산되는 것보다 비슷한 시기에 모이면 참여 기업 수만큼 품목과 이벤트가 다양해진다. 소비자도 한번에 가격을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다”며 “붐업 효과에 대해선 업계가 모두 공감하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행사 자체가 할인을 위한 것은 아니다.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20~30% 할인은 건전한, 공정한 선순환 경쟁구조라고 보기 어렵다. 낮은 소비를 올리고, 과도한 소비는 일어나지 않게 해서 즐겁게 가야 한다”며 “적정한 수준에서 업계와 소비자 모두가 재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연화 코리아세일페스타 추진위원장은 “현재까지 약 600여 개의 유통·제조·서비스 업체가 참여해 지난해 451개보다 늘었다”며 “업계 주도로 진행하는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더 많은 기업과 소비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코세파 사무국]



코세페는 다음 달 1일부터 22일까지 열린다. 중국 광군제는 매년 11월 11일,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는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이다. 

유통업계에서 백화점은 롯데, 현대, 신세계, 갤러리아, AK플라자 등 주요 업체가 참여해 경품 이벤트 및 사은품 증정행사를 진행한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도 주요 업체가 식품, 대형가전, 패션·잡화 위주로 할인행사를 할 계획이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주요 면세점도 최대 80% 할인 및 특별이벤트를 마련한다.

제조업계는 업체별, 제품군별로 기획상품을 출시하고 특히 올해는 가전제품 업계에서 전폭적인 할인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QLED TV, 삼성제트 등 스페셜 기획제품을 선보이며 LG전자는 스타일러, 건조기 등 15개 인기품목으로 할인행사를 확대한다.

총 393개 업체가 참여하는 중소·중견기업 우수 특별판매전(득템마켓)이 주요 백화점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에서 열린다.

편의점도 전국 약 4만개 가맹점에서 1+1, 2+1 사은품 행사 등을 열고, 전국 6개 지역거점 전통시장에서도 미니콘서트 등 지역별 축제 행사와 연계해 다양한 이벤트를 벌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