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출범 후 턴어라운드 푸본현대생명···기피상품 저축성보험 18배 늘린 덕

2019-11-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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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좋지만 IFRS17 도입 후 책임준비금 폭탄 문제

푸본현대생명(옛 현대라이프생명)이 재출범한 지 1년 만에 수입보험료가 2배 이상 늘어나는 등 경영상황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대부분 생보사들이 판매를 줄이고 있는 저축성보험을 대규모로 판매해서 얻은 결과다. 글로벌 건전성 규제 강화를 앞둔 시점에서 계속 부담이 커지는 저축성보험을 판매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은 올 상반기 1조8497억원의 수입보험료를 기록해 지난해 상반기 7976억원 대비 131.91% 늘었다. 이는 24개 생보사 중 최고의 성장률이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출범 1년 만의 성적표라는 점이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해 9월 유상증자 과정에서 대만 푸본생명이 최대주주로 부상하면서 재출범했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현대차그룹은 2대 주주로 자리매김했다.

영업 성과가 좋아진 덕에 점유율도 개선됐다. 지난해 상반기 푸본현대생명의 시장점유율은 1.51% 수준이었으나 올해 상반기는 3.54%로 2.03% 포인트 개선에 성공했다.

 

[사진=푸본현대생명]

그러나 이는 대부분 생보사가 판매를 줄이고 있는 저축성보험을 대거 판매한 덕에 얻은 성과다. 올해 상반기 푸본현대생명의 신계약 실적을 살펴보면 저축성보험 판매규모가 426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38억원 대비 18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보장성보험 판매규모는 1조696억원에서 9917억원으로 7.28% 줄었음을 감안하면, 저축성보험이 전체 실적 개선을 이끌어간 셈이다.

저축성보험은 일시적으로 환입되는 자금 규모가 커 짧은 기간에 수입보험료를 늘릴 수 있는 효자상품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2022년 도입이 예고된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하에서는 책임준비금을 대규모로 적립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한다.

때문에 대부분 생보사는 보장성보험 중심의 체질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보장성보험은 판매 직후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적지만 계속해서 꾸준히 이익을 낸다. 또 IFRS17이 도입되더라도 보험사의 책임준비금 부담을 크게 늘리지 않는 측면이 있다.

금융권에서는 푸본현대생명이 새 출범 이후 영업성과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다소 무리해서라도 저축성보험을 대거 판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로운 대주주를 만족시킬 만한 실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실제 2015년 안방생명보험에 피인수된 동양생명 역시 저축성보험을 대거 판매하면서 외형 성장에 주력하기도 했다.

문제는 IFRS17 도입을 감안하면 이 같은 저축성보험 중심의 영업 전략을 계속해서 고집할 수 없다는 점이다. 푸본현대생명보다 한 발 앞서 저축성보험을 늘렸던 동양생명도 IFRS17 도입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저축성보험을 줄이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만 푸본현대생명은 최근 저축성보험의 판매로 건전성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는 점을 알고 있으나 이에 대해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푸본현대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221%로 지난해 6월 말 148% 대비 73% 포인트 개선됐다.

푸본현대생명 관계자는 "지난 3월 방카슈랑스 판매를 재개하면서 저축성보험을 많이 판매했다"며 "저축성보험의 단점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푸본현대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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