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의 新경세유표-13] 부패 잡는 공수처 설치가 절실하다

2019-10-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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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부패'로 망한 역대 왕조들…부패 앞에선 만리장성도 '허울'뿐

'부패와의 전쟁' 외치는 中 공산당…반부패 제도적 장치 마련

우리나라도 권력형 비리 막기 위한 공수처 설치 절실해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적인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J, E.D 액튼
"부패만이 중국을 망하게 할 수 있다."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
"털 하나 머리카락 하나 병들지 않은 게 없다.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는 반드시 망한다" -정약용, 「경세유표」


공수처 설치 외에는 모두 눈 가리고 아웅, 미봉책이다. 우리나라 역사를 돌이켜보면 삼국시대 이후 현재까지 공수처가 없었던 시기는 1894년부터 2019년까지 126년에 불과하다. 신라(사정부), 발해(중정대), 고려(어사대), 조선(의금부, 사헌부) 시대 때처럼 '부패 꿩' 잡는 '공수처 매'가 절실하다. 

◆만리장성 성문이 저절로 열린 까닭은···

만리장성은 만리장벽이다. 성을 쌓은 주된 목적이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방어벽이었다면 만리장성은 사실상 만리장벽이 아니겠는가. 만리장성의 제1의 존재 의미는 국방이었다. 하지만 만리장성은 단 한 차례도 제구실을 한 적이 없었다. 진시황, 한무제, 수양제, 명태조 등 역대 황제의 심혈과 기대에 조금도 부응하지 못하고 번번이 뚫리고 말았다. 왜 그랬을까?

기실 성 밖의 외적들은 고생스럽게 높은 장벽을 타고 넘을 필요도 없었다. 서찰과 금은보화를 매단 화살을 장벽 안 지휘관에게 한 두 번 쏘아 날려주면 성문은 십중팔구 열렸다. 그게 아니면 ‘열려라 참깨!’라고 외치지도 않았는데도 성문은 21세기 첨단 자동문처럼 저절로 스르르 열리곤 했다.  

고위층의 부정부패로 군대가 사기를 잃고 정부가 민심을 잃었을 때는 아무리 튼튼한 천혜의 요새라도, 아무리 굳건한 만리장성이라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진리를 역사가 누누이 증언해주고 있다.

그렇다. 반만년 중국사의 강물 굽이굽이에는 부정부패라는 이름의 폭포가 있다. 기원전 3000년경 하(夏)나라 시대부터 기원후 20세기 전반기 국민당의 중화민국까지, 각 시대나 왕조의 종말 근처에는 반드시 부정부패의 거센 물살에 겨워 깊게 급전직하하는 폭포가 있다. 그게 제국이든 공화국이든 예외는 없다. 부패삼매경에 빠진 권력층은 백성이 초근목피도 없어 마침내 자기 자식까지 바꿔 잡아먹든 말든 “밥이 없으면 고기를 먹지, 머저리들” 식으로 응대하다가 자신도 국가도 모두 파멸의 천길 폭포수 아래로 떨어져갔다.

청나라 건륭제 시대의 태감(太監, 환관의 우두머리) 화신(和珅)은 매일 은 1만 냥짜리 환약을 복용했다. 당시 지방의 한 탐관오리가 낙타의 육봉요리 한 접시를 만들기 위해 10마리의 낙타를 잡았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닌 지 100년도 못 돼서 대청제국은 망했다. 공산당에 비해 월등한 군사력을 지녔던 중화민국이 대륙의 250분의 1도 안 되는 대만 섬으로 패퇴한 원인도 군 작전능력 저하가 아니라 고위층의 부패였다.

비단 중국만이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99% 민초들 때문에 망한 나라는 없다. 언제 어디서나 망국의 공통분모는 1% 고위층의 부정부패였다. 국가의 흥망성쇠는 고위층의 부패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의 작동상태에 따라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웅은 천하를 제패하고 제도는 강산을 안정시킨다(英雄打天下, 制度定江山)"는 말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중국의 권력자들은 법제를 부국강병과 체제 안정의 가장 유효한 도구로 간주했다.  그들은 이공계의 발명품이나 예술계의 창작품처럼 법제를 창조해내는 걸 즐겼다.

이를테면 서양보다 1200년이나 앞선 공무원 공개 경쟁시험 제도인 과거제나 서양보다 400~500년 앞선 지폐와 수표·어음제도가 대표적인 예다. 감찰기관의 수장을 총리급으로 앉힌 감찰제도 역시 중국이 세계 최초로 창립한 것이다.

진시황은 BC 221년 천하를 통일하자, 행정은 승상(丞相), 감찰은 어사대부(御使大夫), 군부는 태위(太衛, 비상설기관)에게 분담 통치하는 3정승제를 만들어냈다. 당·송·원·명·청나라까지 명칭과 형식은 조금씩 변화했지만 이후 한·수도 대체로 진나라의 정승급 감찰기관 제도를 존속시켜왔다.

이념과 체제를 떠나 세계 15억 중국인이 국부(國父)로 떠받드는 쑨원(孫文)도 서양 각국에서 실행되고 있는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의 3권분립의 장점을 채택하되 결점을 보완해, 감찰권과 고시권을 독립하는 5권 분립의 권력체계를 창조했다. 지금도 대만에서는 총리급을 수장으로 하는 감찰원이 공공부문에 대한 감사 및 규찰, 탄핵, 징계를 담당하고 있다.

중국 지도자 마오쩌둥은 194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을 창업하자 자신의 필생의 롤모델이자 역사적 멘토, 진시황을 벤치마킹했다. 마오는 진시황처럼 당권과 군권은 자신이 직접 장악하고, 자신의 양팔인 저우언라이(周恩來)와 주더(朱德)를 각각 승상격인 총리와 어사대부격인 당중앙기율검사위원회(이하 ‘기검위’로 약칭) 서기로 임명했다.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현직 중앙기검위 서기인 자오러지(趙樂際)를 비롯한 역대 중앙기검위 서기는 모두 중국 최고 핵심권력층인 정치국 상무위원(총리급)이 맡아왔다. 반면, 역대 중앙정법위서기는 무기징역형을 복역 중인 저우용캉(周永康)을 제외하고는 정치국위원(부총리급)이 맡아왔다.

지금 베이징 북역 인근 대로상에 위치한 백색 고층 대형빌딩은 중국의 탐관오리에게는 이승의 염왕전이다. 거기엔 1000여 명의 중앙기검위 요원이 근무하고 있다. 기검위는 중앙과 지방의 모든 당·정·군 조직뿐만 아니라 언론기관, 대형국유기업체에 심어놓은 약 45만명의 저승사자가 종적·횡적, 정시·수시 감독 감찰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중국공산당 조직구조 ≒ 회사지배구조

중국은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정책결정기관(당중앙위원회)-집행기관(국무원)-감찰기관(기검위)’을 선출한다.

이러한 통치권력체계는 삼권분립(입법-행정-사법)의 구조라기보다는 회사지배구조(기획-집행-감사)와 흡사하다고 평가된다. 회사의 감사가 이사와 사장 등 고위관리자에 대하여 직무감사와 재무감사를 하는 것과 유사하게 기검위가 당과 정부의 고위직 인사에 대한 당 기율 위반행위와 부패행위를 감찰한다.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기검위는 공안부(경찰청), 최고인민법원, 최고인민검찰원, 사법부(법무부), 국가안전부(이상 당서열순) 등 5대 국가 사법기관을 영도하는 당중앙 정법위원회(약칭 정법위)를 지휘·감독한다. 즉, 사법권 대비 감찰권 우위체제의 중국권력구조 환경에서 기검위는 강력한 사정· 감찰권을 행사해왔다.

기검위는 15억 중국인의 엘리트 9000만 중국공산당 당원들의 직무와 관련된 범죄를 감독하는 기관으로, 당이 국가를 영도하는 중국에서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기검위의 설립과 권한의 근거가 헌법과 법률엔 전혀 없다. 기검위는 공산당원만 감찰할 수 있다. 시진핑 지도부에선 중국공산당 당장과 당규가 헌법과 법률을 대체하기에 법으로서의 자격이나 안정성, 투명성, 공개성 등 방면에서 취약하고, 최고 권력자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그리하여 지난해 3월 21일 시진핑 주석이 개정한 헌법(제5차 개헌)은 기존의 반(反) 부패개혁을 총괄했던 공산당 내 감찰기관을 헌법기관(국가감찰위원회)으로 승격시켰다. 즉, 헌법상 국가 최고 감찰기관으로서 ‘국가감찰위원회'를 신설한 것이다. 당 내부 사정·감찰기관인 기검위와 별도로 국가 사정·감찰기관인 감찰위원회를 헌법상 국가감찰기관으로 도입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중국은 감찰위원회의 신설을 통하여 비당원 공직자도 감찰할 수 있게 함으로써 종전보다 강도 높게 반부패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검위 휘하의 반부패 제도적 장치

(1)국가감찰위원회

2018년 3월 「중화인민공화국감찰법」에 따라 국무원 소속 감찰부를 독립 국가감찰기관으로 승격시켰다. 국가감찰위원회는 중국공산당 기관, 인민대표대회 및 상무위원회 기관, 정부, 감찰위원회, 인민법원, 인민검찰원, 정치협상회의 각급 위원회 기관, 민주당파, 심계기관, 상공연에 근무하는 공무원 등 ‘공무원법’을 적용받는 공직자들과 공공사무를 위탁관리하는 조직에서 공무를 집행하는 사람, 국유기업 관리자, 공립교육, 연구기관, 문화체육기관, 의료기관의 관리자, 기층의 군중성 자치조직의 관리자, 기타 공직을 이행하는 자를 감독하고 조사 및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감찰법에 따라 전국감찰위원회 주임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선출되고, 임기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같으며, 한 번 연임이 가능하다.

국가감찰위원회는 최고 감찰기관으로 감독, 조사, 처벌 기능을 갖는다. ‘감찰법’에 따라 감찰기관은 주로 다음과 같은 기능을 갖는다.

i) 공직자에 대해 청렴교육을 진행하고, 법에 따라 업무를 진행하고 권력을 행사했는지 여부, 정치활동과 업무에서 청렴했는지 여부에 대하여 감독 및 조사한다.
ii) 횡령과 뇌물수수, 직권남용, 직무유기, 권력의 지대추구,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권력남용과 같은 직무범죄를 조사한다.
iii) 불법을 저지른 공직자들에 대하여 법에 따라 정부처분을 할 수 있고, 직무유기나 책임을 다하지 않은 공직자들을 문책하고, 이 행위가 범죄에 해당할 경우 인민검찰원에 송치하여 공소를 제기하게끔하고 감찰대상 소속기관에 감찰을 지시한다.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2) 인민검찰원

인민검찰원은 공안기관(경찰)이 수사한 사건에 대하여 구속, 기소 또는 불기소 처리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공소제기를 주업무로 한다. 공무원의 직무상의 범죄 또는 직권을 이용한 범죄를 범할 경우 범죄사실을 심사한다. 2018년 2월 정부조직법 개편에서 국가 감찰위원회를 신설하면서 최고 인민검찰원의 반탐오뇌물수수총국을 국가감찰위원회로 이전했다. 이 개혁을 통해 직무와 관련된 범죄수사 기능을 모두 기율 감찰기관으로 이전하여 반부패와 관련된 검찰원의 인력이 대폭 약화됐다.

(3) 심계서

심계서는 국무원에 속한 26개 부처 중 하나로, 반부패 과정에서 중요한 물증인 회계심사 자료를 제공하는 핵심적 역할을 한다. 우선, 회계감사 대상에는 지방 각급 당위, 정부, 사법기관, 각급 당정기관의 업무부서, 사업단위, 사회단체 등에 있는 당위의 영도간부, 가도판사처와 같이 정부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의 주요 영도간부, 정부가 설립한 특구 등의 주요 영도간부, 정부가 설립하고 1년 이상이 된 독립적인 활동을 하는 임시기관의 주요 영도간부 등이 포함된다.

(4) 국가안전부

중국의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는 정말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하는 것’인지 그 지위와 권력이 의외로 낮다. 국가안전부는 중국의 오너 격인 공산당 소속이 아니라 청지기 격인 국무원 소속으로 돼 있다. 역대 국가안전부장의 당 직급이 25개 각 부·위원회 수장 중 제일 낮다. 소련의 KGB나 동독의 슈타지,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 등 여타 공산주의 국가들의 그것들에 비해 존재감이 크게 떨어진다.

실제로 중국 국가안전부는 대만 관련 업무와 반체제 인사, 분리주의자 등과 연관된 정보 수집과 단속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보기관에 고위 공직자의 사찰을 맡기면 부패가 근절되기는커녕 오히려 부패를 조장하는 등 국기(國紀) 문란의 엄청난 폐단만 초래한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은 탓으로 보인다. 이는 동창(東廠)과 서창(西廠) 등 특무기관이 횡행하며 명나라의 멸망을 재촉했던 역사에서 배운 교훈 덕분으로 추론된다.

◆‘부패 꿩’ 잡는 ‘공수처 매’가 절실하다

종로1가에 위치한 조선 시대 공수처 격, 의금부(1414~1894) 옛터. [사진=강효백 교수 제공]


오늘날, 중국 질주의 비결은 캠페인이나 미봉책에 그치지 않고 정책을 구체적으로 법제화 해 강력히 실행한 데 있다. 악명높던 부정부패 제국, 중국이 망하지 않고 무한 질주하는 비결은 '중국판 공수처', 중앙기율검사위원회 등 제도장치를 주축으로 지난 15년 동안 차관급 이상 비리 고위공직자 91명(장군 10명 포함)을 무기징역, 사형에 처했기 때문이다.

또 3대 권력기관인 감찰기관과 사법기관, 정보기관에 각각 공직자 부패, 민형사 업무, 정보 업무를 맡겨 전담케 하는 통치 시스템은 우리도 참조할 점이 있다.

특히 고위 비리공직자 척결에 대한 중국의 법제와 그 실천은 권력형 부정부패의 임계점에 다다른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도 감사원의 실질적 권한 강화 및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라 한다) 설치를 통해 고위직의 비리 행위에 엄중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

헌법 제 97조에 따라 감사원은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담당하는 헌법 최고 감찰기관이다. 감사원장과 감사위원은 행정부 소속 공직자로서 5년 단임제의 대통령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헌법에 임기가 보장돼 있다.

또 감사위원은 탄핵결정이나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았을 때, 장기(長期)의 심신쇠약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 때가 아니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면직되지 아니하는 신분보장을 받는다.

감사원은 직무에 관해서는 독립의 지위를 가지고, 감사원 소속 공무원의 임면(任免), 조직 및 예산의 편성에 있어서 독립성이 존중된다.

그리고 비위 공직자에 대해 변상책임을 지우고, 징계처분 및 문책의 요구, 시정 등의 요구, 개선 등의 요구, 수사기관에의 고발, 재심의 등의 권한이 있다.

감사원은 헌법 최고의 감찰기관으로서의 위와 같은 권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강제수사권, 기소권 등 실질적인 권한의 부재로 현실에서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권력형 부정부패가 만연한 우리 사회현실에서 감사원으로 하여금 헌법이 부여한 고유한 역할과 임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감사원법 등 관련 법령 개선이 절실하다. 또 공수처를 감사원의 산하에 설치하여 고위직의 권력형 부정부패를 철저히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꿩이 꿩을 잡을 수 없듯, 조직 내 감찰부서가 같은 조직의 부패를 척결할 수 없다. '꿩(권력형 부패)' 잡는 '매(공수처)'가 절실하다. 쓸개 없인 살 수 있어도 간 없인 살 수 없다. 고위공직자 부패 수사와 감찰기능면에서 공수처가 간이라면 검찰은 쓸개다. 쓸개가 간 기능을 할 수 없듯, 검찰이 공수처를 대신할 수 없다. 고위공직자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지닌 공수처를 설립해 국가의 해독기관 간 기능을 되찾자.

우리나라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검찰이 지금처럼 자신들의 이권에 따라 정치인과 고위공직자에 대하여 선별적인 수사 등을 진행한다면, 고위공직자에 대한 반부패제도는 아무런 기능을 할 수 없다.

따라서 검찰의 권력을 견제하기 위하여 정치인과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검찰로부터 분리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미래는 고위직의 부정부패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와 그 작동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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