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디션 안 좋았는데, 이상했던 하루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 CJ컵@나인브릿지(총상금 975만 달러)가 개막한 17일 제주도 서귀포시 클럽나이브릿지(파72). 제주도의 바람은 잠잠했고, 안병훈은 폭풍처럼 버디를 몰아쳤다.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잡아낸 안병훈은 경기를 마친 뒤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오늘 아침 연습 때까지도 샷이 공이 잘 안 맞아 걱정이었는데, 샷 감이 치다보니 돌아오더라”라며 멋쩍게 웃었다.
안병훈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버디 찬스를 많이 만들었고, 위기가 왔을 땐 잘 막은 것 같다”며 “마지막 홀이 조금 아쉬웠지만, 바람이 약해서 코스 컨디션이 좋아 다행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분 좋은 단독 선두로 출발한 안병훈은 PGA 투어 첫 우승 기회를 잡았다. 2015년 유러피언투어 BMW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던 안병훈은 PGA 투어에서는 준우승만 세 차례 기록하며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안병훈은 “우승할 수 있는 능력은 있다고 생각하는데 운이 없을 때도 있었다. 우승 근처에 가고 있기 때문에 계속 기회가 올 것이라 믿고 있다”며 “언젠가는 우승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안병훈은 ‘한‧중 탁구 스타’ 안재형과 자오즈민 부부의 아들로도 유명하다. PGA 투어 홈페이지에는 안재형 전 여자탁구대표팀 감독과 안병훈의 부자 탁구 대결 영상이 소개되기도 했다. 다만 안병훈은 탁구 라켓, 아버지 안 전 감독은 작은 밥주걱으로 맞붙어 안병훈이 이겼다.
안병훈은 “승부는 승부이기 때문에 탁구를 이겨 자신감이 생긴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아버지께서 가끔 조언을 해주시는데 저도 다 아는 얘기고 잔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골프와 탁구는 전혀 다른 스포츠다”라고 거침없는 입담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는 “솔직히 제가 연습한 것보다 성적이 잘 나오는 편인데 아무래도 부모님의 좋은 유전자 영향이 좀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안병훈은 오는 12월 열리는 프레지던츠컵 출전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그는 “이번에 우승하면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남은 사흘 동안 잘 쳐서 프레지던츠컵 팀에 합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