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최루탄 수출 금지하는 '홍콩보호법'도 승인
미국 하원은 15일(현지시간) 홍콩 인권 민주주의법안(홍콩인권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홍콩인권법은 홍콩 고도의 차지권을 인정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가 제대로 기능을 하고 있는지를 미국 정부가 매년 검토해, 홍콩을 대상으로 하는 우대 조치 지속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의 인권과 자유를 억압한 중국·홍콩 정부 관리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제재 방안도 담아 중국을 압박했다.
미국 하원은 최루탄과 가스·고무총 등 미국에서 생산된 시위 진압 장비의 홍콩 수출을 금지하는 이른바 ‘홍콩보호법’과 홍콩 시위대 지지 결의안도 함께 승인했다. 홍콩보호법이 시행되면, 홍콩 인권 문제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상처를 입거나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치명적인 군중 통제 장비의 수출이 중단된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오늘 통과된 법안은 중국과의 무역 마찰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인권보호를 언제나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며 “미국이 상업적 이익 때문에 중국 인권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세계 어디서도 인권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도덕적 권한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 CNN은 하원의 법안 통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협상 중 홍콩 시위에 침묵을 지키고 있었음에도 미국 양당이 중국 정부가 인권을 침해하고 시위대를 탄압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법안 통과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중국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겅솽(更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 하원의 홍콩인권법 통과에 대해 강렬히 분개하며 결연히 반대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미국 하원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시위대는 함부로 방화하고 경찰에 폭력을 행사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를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로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깨뜨리고, 중국 발전을 견제하려는 음흉한 속셈을 드러냈다”며 “만약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되면, 미국도 이익이 훼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콩 정부도 외국 의회가 홍콩 문제에 관여하는 것은 내정 간섭이라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전문가들은 인권법 통과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고조시킬 것으로 본다. 미국 싱크탱크인 우드로윌슨센터의 마이클 데이비스 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이번 조치는 상징적인 조치일 뿐이라 홍콩 인권 개선의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며 “중국 정부를 자극하기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의 시정연설은 16일 야당 의원들의 반발로 중단됐다. 시정연설에선 홍콩 시위를 촉발한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의 완전 철폐 발표와 민생 이슈 등을 발표하기로 예정됐지만 야당 의원들은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을 모두 들어줄 것을 요구했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홍콩 정부는 송환법 공식 철회는 이미 한 차례 발표했고, 나머지 사항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도 시위대 요구사항 수용은 없을 것이라 전망되면서 야당 의원들은 크게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하원이 홍콩 시위를 지지하면서 시위 열기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위대 측은 '반중과 홍콩 민주화'를 위한 시위를 오는 19~20일에도 이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