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중국 21세기경제보 등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업체인 중타이자동차는 최근 배터리 납품업체에 지불해야 할 1100억원에 가까운 대금을 체불해 소송에 휘말린 상태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배터리 생산업체인 비커배터리는 앞서 8월 저장성 항저우 중급 인민법원에 중타이자동차를 상대로 밀린 대금 6억1500만 위안(약 1028억원)을 상환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비커배터리가 중타이자동차로부터 대금 상환 약속을 받아내면서 소송은 철회됐다.
하지만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중타이자동차 측에서 체불 문제 해소에 나서지 않자, 비커배터리가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현재 중타이자동차 전체 주식의 6.2% 정도인 4869만주를 압류했다. 지난 5월에도 비커배터리와 계약분쟁으로 소송을 벌인 중타이자동차는 이미 4184만 위안(약 70억원)어치에 달하는 자산이 법원에 압류된 상태다.
하지만 1년 넘게 이어진 중국 자동차 판매 침체 속 경영난에 직면했다. 올 상반기 중타이자동차 판매량은 6만38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44.5% 감소했다. 현지 업체 가운데 거의 꼴찌 수준이다.
매출도 50% 넘게 급감하며 올 상반기 2억9000만 위안 적자를 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3억 위안 흑자를 기록했었다. 중국 현지 언론에선 잇달아 파산설, 매각설이 흘러나왔다. 선전거래소에서 중타이자동차 주가는 현재 4월 고점 대비 반토막 났다.
중타이자동차가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며 투자를 대대적으로 늘린 게 부채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지적이다. 올 상반기 기준, 총자산이 305억 위안인데, 이중 부채가 132억 위안으로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지난 수년간 중국 전기차 시장은 대규모 투자와 보조금으로 호황을 누렸다. 기업들이 줄지어 전기차에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중타이자동차도 지난해 연구개발(R&D)에만 5억7800만 위안을 쏟아부었다. 전년 대비 70%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이 끊기고 경기 둔화에 자동차 시장이 부진을 면치 못하게 되면서 전기차시장도 급격히 얼어붙었다. 중국의 9월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다. 지난 7월부터 석달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중타이자동차뿐만이 아니다. 홍콩 최고갑부 리카싱이 2015년 투자한 또 다른 중국 전기차업체 우룽(五龍, FDG)은 지난달 파산을 신청했다. 2017년부터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다. 중국의 또 다른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도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32억9000만 위안의 적자를 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중국 전기차 기업 파산에 따른 잠재적 부실 리스크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한편 '중국판 테슬라'를 만들겠다며 미국서 전기차 스타트업 패러데이퓨처(FF)를 세웠던 중국 인터넷회사 러에코 창업자 자웨팅도 지난 13일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 법원에 개인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중국 신경보 등에 따르면 자웨팅은 미국 파산법에 따라 은행 및 투자자들에 지고 있는 36억 달러 규모 채권에 대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자웨팅은 그동안 보유하고 있던 FF 지분을 비롯, 미국에 있는 10억 달러 자산을 처분하고 채권단에 신탁할 계획이다.
러에코는 한때 중국의 전도유망한 인터넷 기업으로 주목받았다. 창업주 자웨팅은 동영상 스트리밍 사업에서 시작해 ‘중국판 넷플릭스’라는 별명을 얻으며 스마트폰, TV, 전기차, 영화, 금융업까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2014년엔 미국에 FF를 설립해 전기차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에 결국 빚더미에 올라앉은 자웨팅은 미국으로 사실상 피신했다. 미국에서 재기를 꿈꿨지만 사실상 개인파산자 신세로 전락한 셈이다.
FF는 "자웨팅의 파산 문제가 회사의 정상적인 사업 운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미 자금난으로 10억 달러 규모 공장 건설 계획이 무산된 경험이 있는만큼 시장은 불안한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