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어 산이다. 주가지수는 한 달만에 상승분을 내어주고 2020선으로 마감했다. 국내 상장사 실적시즌을 앞두고 관망세가 확대된 데다,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 발목을 잡았다. 코스피가 하반기 역전극을 펼치기 위해선 미·중 무역협상이 최대 걸림돌로 꼽힌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지수는 1.21% 오른 2046.25로 장을 마쳤다. 올해 들어 전날까지 상승률은 0.25%에 불과하다. 8월 한 달간 코스피 2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 기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2조592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전문가들의 전망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본지는 리서치센터장 10명(박기현 유안타증권·박희정 키움증권·변준호 유진투자증권‧오현석 삼성증권·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이창목 NH투자증권·정연우 대신증권·정용택 IBK투자증권·조용준 하나금융투자·최석원 SK증권)에게 하반기 증시를 물었다.
이 중 8명은 코스피 2200 돌파 가능성을 제시했다. 최대 2260선을 점치기도 했다. 올 한 해 위축됐던 증시가 뒷심을 낼 거란 전망이다. 다만, 하반기에도 미·중 관계는 최대 걸림돌이다.
정용택 센터장은 "코스피 2200선 안착을 위해선 미·중 무역협상이 가장 중요하다"며 "브렉시트,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이슈 그리고 기업 실적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이경수·정연우 두 명의 센터장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전망을 내놨다. 정연우 센터장은 코스피 최상단으로 가장 낮은 2100선을 제시했다. 미·중 무역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거란 판단에서다. 또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분쟁 재점화 가능성도 증시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현재 시장을 봐도 소수 의견을 무시하기 어렵다. 이달 증시는 미·중 무역협상과 국내 상장사 실적시즌을 앞두고 관망세다.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이창목 센터장은 "먼저 코스피 2100선 안착을 위해선 미·중 무역협상, 반도체 업종 회복, 수출지표 개선 여부가 중요하다"며 "국내 수출 증가율은 11월 이후 개선될 전망이지만, 여전히 확인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긴 호흡이 필요한 때다. 최석원 센터장은 "우리나라 주가와 환율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크게 출렁이고 있다"며 "주가가 불규칙적으로 움직이겠고, 어떤 요인이 주가에 영향을 줄지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변준호 센터장은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하면서 제한된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며 "4분기 주식시장의 급락 가능성은 점차 낮아지겠지만, 높은 변동성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