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CKBS 안산 공장을 가다 "'메이드 인 코리아' 복합기는 여기 뿐"

2019-10-0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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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산시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 공장 전경. [사진=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 제공]

자동차 후진 벨소리를 연상케 하는 멜로디가 공장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납작한 직사각형 모양에 바퀴가 달린 금속 기계들이 바닥에 그어진 은색 라인을 따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선 중간중간에 설치된 RFID(반도체 칩이 내장된 태그)에서 신호를 받은 기계들은 부품이 한가득 실린 선반을 이끌고 작업대로 향한다.

이 기계들은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CKBS)이 자랑하는 무인 운반기다. CKBS 측이 자체 개발한 것으로 안산 공장에서만 총 40대가 운영되고 있다.

7일 경기 안산시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CKBS 공장을 찾았다. CKBS는 복합기와 상업용 인쇄기, 프린터 등 사무자동화(OA) 기기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CKBS는 최근 일본 정부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로 인한 후폭풍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나면서 매출이 감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날 현장을 안내한 CKBS 관계자는 "자사가 일본계 회사라는 것은 오해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CKBS는 롯데그룹과 캐논의 합작사다. 1985년 5월 롯데캐논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으나 지난 2006년 현재의 이름으로 사명을 바꿨다. 롯데와 캐논의 지분이 5대5로 동일하다. 김천주 사장을 비롯, 파견인원 제외한 1500여명의 임직원 모두 한국인이다.

현재 '메이드 인 코리아' OA 기기를 생산하고 있는 곳은 CKBS 안산 공장이 유일하다. 경쟁사들이 저렴한 인건비를 찾아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떠날 때도 CKBS는 꿋꿋하게 국내 공장을 유지했다. 2만6000평에 달하는 안산 공장에는 회사 전체 인력의 3분의2인 1000여명이 근무 중이며 243개에 달하는 중, 소 협력업체가 함께 일하고 있다. 연평균 250만대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안산 공장은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최대한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데 철저히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장 입구에 설치된 센서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10m를 7.14초 안에 통과하면 경고등에 푸른 불이 켜지지만 그 이상이 걸릴 경우 경보음과 함께 적색등이 들어온다. 이 정도의 속력으로 직원들이 움직일 때 가장 효율이 높다는 데에서 착안해 평소에도 체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무인운반기도 이러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천장에도 모노레일을 설치해 부품이나 완제품을 나르는 한편, 단순 공정은 로봇 팔로 대체했다. 반자동화를 통해 직원들을 핵심 업무에만 온전히 투입할 수 있고, 고용 규모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경기 안산시에 위치한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 공장에서 직원들이 셀 생산방식을 통해 제품을 만들고 있다.[사진=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 제공]

셀 생산방식도 CKBS만의 특징 중 하나다. 다수의 근로자가 한 팀을 이뤄 제품의 제작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방식이다. 기존 방식에서는 근로자가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에 맞춰 하나의 작업을 반복적으로 작업했다면 셀 생산방식에서는 근로자가 주인공이다.

작업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 재고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공정 개선도 쉽다. CKBS처럼 다품종 소량 생산 업체에 꼭 맞는 방식이다. 실제로 한 팀이 대형 복합기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150분으로, 컨베이어를 이용할 때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윤중원 CKBS 개발생산본부장은 "1999년에 셀 생산방식을 최초로 도입했는데, 국내에 맞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변화를 많이 시도했다"면서 "품질과 생산성이 동시에 향상되면서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현장을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도 잊지 않는다. 현재 안산 사업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장애사원은 80여명으로 10%에 가깝다. 현행법이 정하고 있는 장애인 의무고용 비율 3.2%를 훌쩍 넘는 수치다.

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회사 차원에서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생산 현장 곳곳에 의사소통용 모니터와 부품 주문용 벨 시스템이 배치됐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2011년 장애인고용 신뢰기업 대상을 받은 데 이어 2016년에는 장애인고용촉진대회에서 대통령 훈장을 받기도 했다.

최근 OA 기기 업계는 고민이 많다. 전자결재 시스템 증가로 복합기가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CKBS 또한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증착 설비, 2차전지 생산설비 등 산업기기 분야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네트워크 카메라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환경에 걸맞는 미래 먹거리 사업에도 적극적이다.

윤 본부장은 "CKBS의 산업기기 분야 사업 규모는 현재 300억원 정도"라며 "향후 산업기기 생산을 위한 새로운 공장을 만들어서 사업 확장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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