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이 지난 6월 '판문점 회동' 이후 약 98일 만에 실무협상 재개에 전격 합의했지만 발표 방식을 놓고 미묘한 온도차를 보였다.
특히 북한은 실무협상 재개 발표 하루만인 2일 오전 강원도 원산 북방 일대에서 발사체를 발사하면서 추가 도발을 감행했다. 북미 실무합상 개시를 앞두고 막판 기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도발은 지난달 10일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단거리 발사체를 쏜 이후 22일만으로 올해 11번째 발사다.
앞서 북미 양측은 이달 초 실무협상 개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발표 방식에는 온도차를 보였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1일 담화를 통해 "조미(북미) 쌍방은 오는 10월 4일 예비접촉에 이어 10월 5일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며 "합의를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반면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측 발표보다 세시간이나 지난 시점에 "미국과 북한 당국자들이 일주일 이내에 만날 계획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회담에 대해 공유할 추가 세부사항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은 지난달 6월 30일 판문점에서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했지만 비핵화 정의와 상응조치 간 마땅한 합의점을 찾지 못해 실무협상 개최가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었다.
북한과 미국은 실무회담에 합의한지 약 세 달만에 첫 발을 뗐지만 발표방식은 달랐다. 우선 협상 상대국인 양측이 동시에 발표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고, 협상 장소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특히 미국은 북한이 발표한 구체적인 날짜에 대해서도 확인을 거부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국과 사전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날짜를 발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최 제1부상이 실무협상 전 예비접촉을 언급한 부분이 대표적이다.
예비접촉은 공식만남 전 실무급이 만나 협상 방식과 의제를 조율하는 성격인데 최근 북미 간 접촉 때는 잘 사용되지 않는 방식이다. 예비접촉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본격적인 실무협상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북한이 이날 발사체를 발사한 것이 협상 재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문제 삼지 않았지만 실무협상 재개 시점을 합의해놓고 추가 도발에 나선 것은 미국과의 기싸움으로 해석될 수 있어 향후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북한이 북미 실무대화 개최를 발표하자마자 초대형 방사포를 쏜 것은 앞으로 북미대화와 무관하게 눈치보지 않고 자신들의 계획표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라며 "비핵화 협상과 자위적인 국방력 강화는 별개이며, 우리도 할 일은 하면서 대화하겠다는 매우 의도적인 대미압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합참은 북한이 이날 오전 발사한 미상의 발사체는 '북극성' 계열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미사일의 최대 비행고도는 910여㎞, 거리는 약 450㎞로 탐지됐다. 북한이 SLBM으로 보이는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한 건 2016년 8월 24일 이후 약 3년 만이다.